마약소지 혐의로 조사받던 방글라데시 유학생 레자울 카림(26)씨에 대한 경찰의 폭행의혹(9월18일자 8면)과 관련, 당시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또 다른 방글라데시인도 경찰에 맞았다고 주장해 강압수사 파문이 커지고 있다.
카림씨의 방글라데시인 친구인 밀론 우딘(26)씨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서에서 "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들이 4월 15일 오후 직장에서 일하던 중 본인을 연행한 뒤 차량 안에서 뒤통수를 때려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고 검은색 봉으로 목과 무릎을 마구 때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형사들이 몰고 온 차량에 카림씨가 타고 있어 우딘씨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 하자 경찰이 이 같은 폭행을 가했다는 게 우딘씨의 주장이다.
또 이틀간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담당형사가 화장실로 데려가 자신을 밀치며 "빨리 불어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폭언했다고 주장했다. 우딘씨는 이 같은 내용의 인권침해 진정서를 20일 인권위에 냈다. 2005년 6월 입국한 우딘씨는 서울 강남의 한 인도요리점에서 5년째 요리사로 일하고 있으며 카림씨와는 3년 전 방글라데시인 커뮤니티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왔다. 앞서 수도권 D대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카림씨도 경찰조사 과정에서 폭언과 함께 뒤통수를 수 차례 얻어맞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우딘과 카림씨 모두 마약소지 및 특수강도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으나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아 과잉수사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앞서 경찰은 4월초 우딘과 카림 두 사람이 마약을 복용했으며 자신을 폭행하고 돈까지 빼앗으려 했다는 또 다른 방글라데시인 핫산씨의 신고에 따라 이들을 체포, 조사한 뒤 마약소지 및 특수강도 혐의로 5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들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했으나 마약을 찾아내지 못했고 마약검사에서도 음성반응이 나왔다.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검찰은 지난 7일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와 관련, 우딘씨는 "한국에 와 알게 된 핫산에게 100만원을 빌려줬으나 갚지 않아 지난 3월 한강 둔치에서 크게 다툰 적이 있다"며 "경찰조사에서 핫산이 앙심을 품고 거짓신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경찰은 채무관계 등에 대해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당한 집행절차를 따랐고 조사과정에서도 폭행은 없었다"며 "특수강도 혐의는 이들이 핫산을 때린 사실이 인정돼 적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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