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 앞으로 다가온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암초가 등장했다. G20의 VIP일 수밖에 없는 미국 중국 일본 3국이 환율 전쟁과 영토 분쟁 등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G20 공조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기껏 힘들게 잔칫상 차려놓고는 안방을 전쟁터로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정부와 의회는 공공연하게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환율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환율 갈등이 단순히 미국과 중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안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에서 특정국가의 환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한 걸 두고, 미 하원 세입위 데이브 캠프 의원이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시기적으로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은 환율 전쟁의 분수령이 될 소지가 크다. 24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에서 의결된 환율 조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법안이 G20 정상회의 전후로 최종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법안이 11월 서울 정상회의 이전에 상원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지만 하원 전체회의에서 통과되기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의 조속한 절상을 중국에 압박하는 지렛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윤 장관의 발언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된 ‘선 긋기’의 성격이 짙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 한 관계자는 “만약 서울 정상회의에서 강대국간 힘 겨루기가 이슈화된다면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나 국제개발 이슈 같은 우리나라가 주도해 온 굵직한 의제들은 묻혀버릴 수 있다”며 “이런 고래싸움에서는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리더십이나 조정 역할을 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우리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G20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특정국가의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는 못하겠지만,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환율과 무역정책을 권고하는 등 큰 틀에서의 해법 모색이 가능하다”며 “오히려 G20 회의에 대한 이목이 더 집중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