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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중일 심해탐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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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한중일 심해탐사 경쟁

입력
2010.09.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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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32년 알렉산더 대왕은 유리로 만든 잠수종(鐘)에 들어가 고대 페니키아 도시 티레의 항구 바닥까지 내려갔다. 바다 속을 탐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미국 과학자 윌리엄 비브는 1934년 쇠로 만든 잠수구를 타고 물밑 923m까지 잠수했다. 인간이 바다 속 가장 깊이 내려간 기록은 1960년 트리에스테호를 타고 서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 1만911m에 도달한 것이다. 나도 프랑스의 심해잠수정 노틸호를 타고 수심 5,000m가 넘는 태평양 해저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중국은 얼마 전 심해잠수정 죠룽호가 남중국해 수심 3,759m 바닥까지 사람을 태우고 성공적으로 잠수하였다고 발표했다. 2007년 1월 수심 7,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잠수정을 개발했다고 발표한지 3년이 훨씬 지났다. 개발을 시작한지는 9년이나 되었다. 7,000m 잠수에 성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심해잠수정 개발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잠수정 이름 '죠룽(蛟龍)' 은 중국 전설에 바다 속에 산다는 용의 이름이다. 잠수정은 길이 8.2m 너비 3m 높이 3.4m에 무게 21톤이다. 3명이 타고 최장 9시간 바다 속에서 작업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해양연구원이 2006년 6,000m심해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 해미래를 개발했다. 그러나 해미래는 배 위에서 조종하는 무인잠수정이다. 이 해미래로 동해 독도 인근 바다 속에 태극기를 꽂기도 했다. 아폴로 우주인이 1969년 달에 처음으로 미국 성조기를 꽂은 것이나 중국 죠륭호가 바다 속에 오성홍기를 꽂은 것이나 그 의미는 같다. 중국이 국기를 꽂은 곳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이 영유권을 다투는 곳이다. 다른 나라들은 중국의 해양과학기술 시위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은 다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가쿠 열도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2007년 심해유인잠수정 개발을 발표한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 바다 밑 3,200m에서 심해 생물을 탐사하고 있던 미국 잠수정 앨빈호에 탑승한 과학자와 지구 상공 400km에 떠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인이 대화를 나눴다는 기사가 나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연이었는지 몰라도 중국이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곧이어 발표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현재 수심 4,500m이상 내려갈 수 있는 유인잠수정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뿐이다. 중국이 7,000m 잠수에 성공하면 선두로 나설 수 있다. 사람을 태우고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을 개발하느냐는 그 나라 해양과학기술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강대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의 자존심을 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과학기술이 앞선 일본 러시아 중국에 둘러싸여있다. 세계 역사가 말해주듯 바다의 힘, 해양력을 가진 나라가 세계를 지배해왔다. 일본은 이미 해양과학기술에서는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고, 중국도 최근 심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우리 주변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양과학기술 경쟁 등 일련의 상황을 볼 때, 바다에서 힘을 기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심해는 다양한 자원이 잠자고 있는 곳이다. 심해탐사 능력을 기르는 것은 단지 국가 간 자존심 경쟁을 넘어서는 큰 가치가 있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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