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취업 기회 또한 늘어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 그만큼 일자리 선택의 폭이 늘어나고, 고용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주요 국가 중 한국에서만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에 오래 다녀도 일자리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인데,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학력과 노동 수요의 불일치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1개 회원국의 학력 수준별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25~64세 사이 고졸 학력 미만인 사람의 고용률(2008년 기준)은 66.1%, 고졸 이상 70.7%, 대졸 이상이 77.1%로 나타났다.
OECD 국가 평균이 고졸 미만 58.7%, 고졸 이상 76.1%, 대졸 이상 84.5%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만은 학력에 따른 고용률 격차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결과다. 특히 여성의 경우엔 학력과 고용률의 관계가 역전돼, 고졸 미만이 58.4%인 반면 고졸 이상은 56.8%에 그쳤다. 한국과 아이슬란드를 제외하면 모든 나라에서 학력이 고용률에 비례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벨기에 같은 나라에선 고졸 미만(49.8%)과 고졸 이상(74.2%)의 고용률 격차가 24.4%P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학력 수준에 따른 고용률 격차가 적은 것은 저학력자의 고용률이 높아서라 아니라, 고학력자의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대졸 이상 학력자 고용률(77.1%)은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 아이슬란드의 91.0%, 덴마크의 89.2%에 비해서는 10%P 이상 낮았고, OECD 평균(84.5%)에도 훨씬 못 미쳤다. 한국보다 고학력자의 고용률이 낮은 OECD 회원국은 터키(74.6%)밖에 없었다. 실제 고용시장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학력 수준에 맞는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만의 예외적 현상에 대해, 고학력 사회로의 이행 속도가 산업구조의 변화 속도를 지나치게 앞질러 간 결과로 분석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대학 진학률은 83%로 이미 OECD 최고 수준인데, 이들이 모두 임금ㆍ근로 조건이 좋은 대기업에만 취업하려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 설명하며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대학은 노동시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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