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가 잇달아 깜짝 스타를 배출했다. 지소연(19ㆍ한양여대)이 지난달 독일에서 막을 내린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실버볼과 실버부트를 수상한데 이어 여민지(17ㆍ함안 대산고)는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와 골든볼(MVP), 골든부트(득점왕)를 싹쓸이하며 ‘지존’으로 우뚝 섰다.
지소연에 이은 여민지의 출현으로 ‘여자 축구 황금 세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일부에서는 지소연-여민지 쌍두마차가 나설 2015년 여자 월드컵 본선에서의 정상 등극 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지소연과 여민지가 성인 무대에서도 현재와 같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서는 열악한 여자 축구의 인프라부터 개선돼야 한다. 청소년 월드컵의 성적이 성인 무대로 이어지지 않은 예는 많다.
박종환 감독이 이끈 청소년 대표팀(20세 이하)은 1983년 멕시코 청소년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신화를 썼다. 잔디 구장도 변변치 않던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이뤄낸 ‘기적’으로 칭송됐다. 4강행을 이끈 김종부와 신연호는 국민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성인 무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종부는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리며 축구화를 일찍 벗었고, 신연호는 잇단 부상으로 평범한 선수가 됐다.
지소연과 여민지가 2015년 월드컵에서 세계를 호령하기 위해서는 여자 축구의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2003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이지은 예성고 감독은 “청소년 대회에서의 성적이 성인 무대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 감독은 “저변이 넓어지지 않는다면 A대표팀의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 160명의 고교 졸업생 중 축구를 계속할 수 있는 선수는 60명에 불과하다. 재능 있는 선수가 조기에 사장될 우려가 있다. 대학 팀과 실업 팀이 지금보다 늘어나야 여자 축구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리그의 활성화 없이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소연의 목표는 미국 진출이다. 여민지도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여자축구리그(WK)가 출범했지만 대중의 관심 바깥에 있다. WK리그에서 부와 명예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지소연, 여민지가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전도유망한 선수가 조기에 해외로 나가 사장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소연과 여민지를 ‘한국의 미아 햄’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여자 성인 축구의 질적,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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