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대 중국 정책 기조는 중대한 기로에 봉착했다. 중국의 팽창을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역대 미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와 ‘전략적 경쟁자’ 사이에 두고 타협점을 모색해 왔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야욕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을 미국에 대항하는 ‘경쟁자’에 보다 무게를 둔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대중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워싱턴 정가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동맹구도를 ‘중국’ 대 ‘반 중국’으로 나눠 중국을 외교적으로 포위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중국을 미ㆍ중 양자관계가 아닌 다자간 차원의 문제로 확대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아직은 세계를 상대로 할 만큼 도덕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경제적으로 막강해진 중국을 개별 국가가 상대하기는 버겁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이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지역 현안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회담 개막 연설에서 “태평양 국가의 하나인 미국은 아시아 지역 국민과 미래에 ‘엄청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악관은 아시아 지역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 자유 보장, 국제법 준수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동맹의 외연을 확대하는 명분으로 반 중국 정서를 활용하고, 자연스럽게 지역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도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국 위협론 ’이 고조되면서 정치ㆍ외교적으로는 미국에 더 밀착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이 센카쿠 열도 사태를 보고 중국에 대한 공동의 반격을 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일 동맹의 필요성을 절감한 일본이 양국 탄도미사일방어(BWD) 체제 강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한 예다.
그러나 미국이 ‘포위공세’로 중국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영토분쟁은 막대한 경제적 이해관계와 결부돼 있어 어느 한쪽의 양보가 쉽지 않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분쟁지인 남중국해는 전세계 상업 물동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물류거점이다. 중국은 카리브해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공고하게 한 파나마 운하처럼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동에 치우쳐 있던 미국의 대외 안보전략이 동아시아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슈퍼파워를 유지하는 전략적 교두보가 점점 동쪽으로 움직이고 것이다. 동아시아 국제정세가 그만큼 복잡,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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