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2차 실무접촉이 또 다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남북은 이날 전체회의와 별도 접촉을 각각 4차례씩 갖는 등 릴레이 회의를 진행하며 1년 만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사시키려 애썼지만 상봉 장소 문제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17일 1차 실무접촉에서 상봉 장소로 ‘금강산 지구 내’라는 모호한 용어만 되풀이했던 북측은 이날 돌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상봉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측의 논리는 이렇다. ‘남측이 상봉 장소로 요구한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금강산 내 모든 시설물은 현재 동결ㆍ몰수 대상이다.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돼야 제재 조치가 풀리고 결과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신변안전 보장 등을 관광 재개의 선결 과제로 내걸어 놓은 정부로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다.
이날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함으로써 당초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의하고 나선 의도에도 의구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부터 이산상봉을 빌미로 관광 재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측은 이날 상봉 장소 협의를 위해 2월 금강산관광 재개 협상에 나왔던 강용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와 리경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과장 등 별도의 대표단을 내보냈다.
남북은 일단 내달 1일 3차 추가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으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데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과 무관한 관광 재개를 주장함에 따라 절충점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설령 남북이 추가 접촉에서 금강산을 제외한 제3의 장소에서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하더라도 촉박한 시간이 문제다.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실무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룬 내달 21~27일 행사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과 정치적 성격이 강한 관광 재개 문제는 같은 범주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라며 “상봉 행사를 간절히 바라는 이산가족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북측이 끝까지 관광 재개를 고집한다면 정부도 유연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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