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과연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웃게 될까. 적어도 1~2년 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매물이 될 현대건설을 놓고 벌이는, 시형(媤兄)과 제수(弟嫂)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에 국내 재계는 물론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건설 보유 주식 3,888만주(34.88%)를 매각한다고 24일 공고했다. 채권단은 다음달 1일까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접수한 뒤, 11월12일까지 본 입찰을 마치고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두 가지. 우선 M&A물건으로 현대건설 자체가 갖는 매력이다. 현대건설은 우리나라 경제개발 및 해외건설진출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국내 시공능력 1위의 건설사. 때문에 현대건설은 환산하기 힘든 기술력과 경험을 가진 초우량 매물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이 주목 받는 더 큰 이유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2파전, 즉 범현대가의 집안대결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 그 동안 말을 아껴왔던 현대차그룹은 내주 초 인수의향을 공식화할 예정인데 현대가의 장자(長子)로서 옛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반드시 인수, 그룹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의 옛 주인이었던 현대그룹도 이번 인수를 통해 그룹 명예를 회복한다는 각오다. 특히 현대그룹으로선 주력사인 현대상선 지분(8.3%)를 가진 현대건설이 현대차쪽으로 넘어갈 경우, 그룹 경영권 방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출전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건설사를 놓고 벌이는 사상 초유의 집안대결인 만큼, 이번 인수전은 이미 '세계적 이슈'가 되어버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례적으로 여러 면에 걸쳐 현대건설 인수전 개막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FT는 "정몽구 회장에게는 그룹 장자로서 제국을 재건한다는 명분이, 현 회장에게는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 자살이라는 비극적 가족사를 딛고 일어선 감성적 장점이 있다"면서 "현대건설의 전직 CEO였던 이명박 대통령도 주목하겠지만 중립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형과 제수간의 대결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 외에, 자칫 인수경쟁과열로 가격이 치솟을 경우 누가 인수하든 '승자의 저주(출혈인수로 인한 유동성악화)'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매각과정에 자칫 정치논리가 개입될 경우, 그 감당키 힘든 후폭풍이 몰려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양측이 워낙 팽팽히 맞서 있고 더구나 세계가 주목하는 딜인 만큼 이번 인수전의 관건은 투명성 확보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