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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로만 아브라모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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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로만 아브라모비치

입력
2010.09.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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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정경유착 등에 업고 벌이도 씀씀이도 큰손

●드로그바, 램퍼드, 아넬카, 말루다… 세계적 축구스타들이 즐비해있는 팀. 우리나라 삼성이 스폰서로 있는 팀. 그 유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프로축구팀 첼시다. 첼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성적은 리그 중상위권.

●하지만 2003년 한 젊은 러시아 갑부가 인수하면서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고, 팀은 결국 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축구의 종주국에서 자본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첼시의 구단주이자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44). 2010년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12억달러(약 13조원)로 러시아 4번째, 세계 50번째 갑부다.

노점상에서 러시아 최고 부자로

고아에 무일푼이었던 아브라모비치가 90년대 중반 러시아의 개혁ㆍ개방을 거치면서 최고 갑부로 떠오른 것은 한 편의 역전드라마에 가깝다.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브라모비치는 네 살 때 고아가 돼 친척들 손에서 자랐다. 끼니 때울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그는 21세에 첫 부인 올가와 결혼, 처가에서 받은 몇 푼의 장사밑천으로 거리에서 향수 치약 등을 팔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듬해 세운 인형공장은 대박을 터뜨렸고, 90년대 초반까지 돼지 농장에서 재생 타이어 사업에 이르기까지 20개가 넘는 회사를 차렸다 닫는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다.

그를 세계적 갑부로 만든 것은 러시아의 국영기업 민영화였다. 공산주의를 버린 러시아는 개혁ㆍ개방 과정에서 정부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 굵직한 국영기업들을 헐값에 팔기 시작했고, 아브라모비치는 여기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

그는 95년 27억 달러 상당의 국영석유회사 시브네프트를 동료사업가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함께 절반씩 갹출, 단 돈 2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알루미늄 회사까지 사들여 그는 단숨에 러시아 최대 재벌반열에 올랐다.

무명의 아브라모비치가 굵직한 공기업을, 그것도 헐값에 불하받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정경유착이었다. 그는 베레조프스키의 주선으로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최측근 모임인'패밀리'의 일원이 되었으며, 각종 이권수주과정에서 정부관료에게 수십억 달러의 뇌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브라모비치야말로 러시아의 국영산업 민영화 과정에서 정경유착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과두세력, 즉 올리가르히(Oligarch)의 전형인 셈이다. 그는 현 러시아의 최고실세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비유될 만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 큰 갑부

투명하지 못했던 부의 축적과정 탓에 아브라모비치는 지금도 갖가지 의혹과 비난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언제나 '구원자'로 칭송하는 곳이 있다. 2000~2008년 그가 주지사를 지낸 러시아 시베리아의 자치구 추코트카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지역의 집, 학교, 병원 등 인프라를 재건하고 기업투자를 유치하는 등 지역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지역 개선 사업에 자신의 돈을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나 썼을 정도. 그의 노력에 2000년 165달러였던 이 지역 평균 월급은 2006년 826달러로 올랐다.

축구광인 그가 첼시에 쏟아 부은 돈도 천문학적이다. 2003년 팀 인수 이후 선수영입 등에 쓴 돈은 무려 6억 달러. 러시아 주지사로 재직하면서도 그는 늘 영국에 머물면서, 첼시의 모든 경기를 관람했고 팀이 패할 때는 눈물까지 흘리곤 했다. 그는 또 러시아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과 축구 경기장 건립 등도 지원하고 있다.

'젊은 갑부답게' 여성편력도 화려하다. 조강지처 올가와 90년 이혼하고 스튜어디스 출신의 둘째 부인 이리나와 결혼, 다섯 아이를 두지만 역시 2007년 이혼했다. 당시 아브라모비치가 부담한 이혼 위자료만 3억 달러.

이 후 러시아의 또 다른 석유재벌인 알렉산드로 주코바의 딸인 다리아 주코바(29)와 연인으로 지내고 있으며 주코바는 지난해 12월 아들을 낳았다. 지난해 초에는 영화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역으로 잘 알려진 영국 배우 엠마 왓슨(당시 19세)과 열애설이 터져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씀씀이도 그답다. 언론이 '아브라모비치의 해군' 이라 부르는 대형 요트가 5대, 전용 비행기와 헬리콥터는 물론 리무진도 60대 넘게 가지고 있다.

빈털터리 고아에서 최고의 갑부가 된 아브라모비치, 결코 깨끗하지 못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고 사치와 방탕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약자들을 위해선 아낌없이 사재를 쏟아 붓는 그를 세상은 과연 무어라 부를까.

다음 주에는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를 소개합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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