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발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위기는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경기 회복세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으며 금융시장도 대내외 여건변화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미국경제의 더블딥(경기 재하강)과 그에 따른 금융위기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The Federal Reserve SystemㆍFed)는 그동안 경기회복 및 금융상황 개선 등에 맞추어 출구전략을 신중하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제상황 악화에 대응해 제한적이나마 양적 완화 정책으로 선회하였으며, 9월 FOMC에서는 필요하다면 추가 완화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찬반 주장이 연준 내부에서 크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으로도 Fed의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한 논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불확실성으로 인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를 “통상적이지 않은 불확실함(unusually uncertain)”으로 표현했다.
첫째, 향후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이다. 일각에서는 미국경제가 더블딥과 디플레이션에 처할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재정확대 및 기업의 재고확충 효과가 소진되고 있으나 고용 및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민간의 자생적 성장동력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최악의 디플레이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산가격 버블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Fed는 2008년말 이래 사실상 제로 수준의 금리를 장기간 지속하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해 놓은 상태다. 만약 실물경기의 회복과 함께 금융상황이 개선될 경우 일반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둘째, 금융시장 반응의 불확실성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금융시장 상황의 변화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의도대로 금융시장이 반응하면 소기의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의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에는 통화정책의 효율적 수립ㆍ집행이 한층 어려워지게 된다.
예컨대 지난 8월 Fed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선회한 직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 경기둔화 우려가 오히려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오히려 경기전망에 대한 자신감 약화로 비추어져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이것이 실물경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셋째, 양적완화 정책 자체의 불확실성이다. 이번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Fed의 통화정책은 오랜 경험과 함께 이론적 토대 위에서 운영되었다. 즉, 종전 Fed는 안정과 성장의 균형을 도모하는 방향(테일러 준칙)으로 정책금리 수준만을 결정하면 되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전통적 방식의 양적완화 정책은 금리정책에 비해 아직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것 같다.
Fed가 통화완화적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양적완화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양적완화 정책이 민간부문의 총수요를 진작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도 불확실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같이 통화정책 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경제가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여부를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또한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가 크게 완화되었지만 유럽발 금융불안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래서 Fed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황인선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차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