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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희망이 낳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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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희망이 낳는 기적

입력
2010.09.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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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대학 럭비팀 등 승객과 승무원 45명을 태우고 칠레로 가던 비행기가 악천후로 안데스산맥에서 조난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조종사의 기지로 해발 3,500m의 눈밭에 비상착륙한 덕분에 비행기는 동체만 남았지만 부상자를 포함해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다. 이들은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구조대를 기다렸으나 간신히 수리한 라디오를 통해 조난 8일 만에 들려온 소식은 험난한 지형과 날씨 때문에 수색작업을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생존자들을 대표한 몇 사람이 삶의 출구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수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마침내 12월 23일 푸른 땅이 숨쉬는 칠레의 계곡을 만나게 된다. '안데스 산맥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72일간의 생존일지와 16명의 생존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극한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얘기는 얼어 죽은 동료의 인육을 먹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적ㆍ종교적 논란을 낳기도 했으나 처절했던 생존투쟁을 덮지는 못했다. 이 실화는 1993년 로 영화화돼 사망자 29명과 생존자 16명에게 헌정됐다.

■ 이 스토리가 17년 만에 다시 뉴스를 탔다. 영화 속 주인공인 실제 생존자 4명이 9월 초 칠레 코피아포의 산호세 광산을 찾은 까닭이다. 8월 갱도붕괴로 지하 700n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는 33명의 광원에게 희망과 생존의지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30도를 넘는 고온과 습도 90%의 좁은 공간에서 두 달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광원들에게 "당신들이 얼마든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증거가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안데스 생존자들은 누구보다 반가운 손님이었을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이 사고와 주변 얘기는 MBC TV 가 추석 명절 직전 생생한 현지 영상으로 전해줘 더 화제가 됐다.

■ 안데스 생존자 방문 이후 지하의 광원들은 급속히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며 삶의 열망을 한층 불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극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며 구조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되레 위로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는 점이다. 남미 특유의 낙천적 성격이나 종교적 배경에 더해 최근 태어난 한 광원의 딸 이름처럼'에스페란자(희망)'의 불빛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얼마 전 지상과 지하갱도 피난처를 연결하는 지름 30cm의 통로를 뚫는 데 성공, 내달 말이면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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