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독일 서부 도시인 뒤셀도르프에서 남쪽으로 아우토반을 한 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도마겐(Dormagen) 화학단지. 라인강변의 울창한 숲에 둘러 쌓인 이 곳엔 기능성 고무 등 특수화학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랑세스(LANXESS)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자리해 있다.
고성능 타이어 등의 원료로 쓰이는 기능성 부타디엔 고무(PBR) 개발센터에 들어서자 3m 높이의 반응기(리액터)를 중심으로 합성고무 알갱이들이 뜨거운 물을 거쳐 팝콘처럼 '톡 톡' 소리를 내며 튀어 나온다. 합성 고무들은 타이어를 비롯해, 신발 밑창, 골프공 등을 만드는 원료로 랑세스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실험실에선 한 기술자가 합성고무를 밀가루 반죽처럼 폈다 뭉치기를 반복하며 탄성 및 강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랑세스 관계자는 "100년 이상 고무를 생산해 온 노하우가 우리 기업의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성능 고무는 1909년 프리츠 호프만이 합성 고무를 발명한 이래 수많은 과학자들의 땀과 노력이 모인 100년 노력의 결과이다.
랑세스는 지금도 해마다 고무부문에서 평균 20~30개의 특허를 등록할 만큼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2월 타이어 관련 세계 최대 전시회인 타이어 기술엑스포에서 '올해의 타이어 산업 공급업체'에 뽑히기도 했다.
랑세스는 2004년 7월 세계적 제약ㆍ화학그룹인 바이엘에서 화학 부문만을 분리해 독립한 회사. 랑세스 관계자는 "화학 부문의 실적이 신통치 않자, 따로 떼어 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따로 살림을 차릴 때만 해도 '미운 오리' 였던 랑세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한 18억3,000만 유로(2조7,000억원)에 달했다. 당기 순이익도 1억3,100만 유로를 기록, 전년도 같은 기간(1,700만 유로)에 비해 8배 가까이 상승했다. 외형도 전 세계 23개국에 42개 생산 기지를 둔 거대 기업으로 커졌다.
악셀 C. 하이트만 랑세스 회장은 이튿날 전세계 100여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다양한 고품질 제품의 생산 및 매출 증가를 통한 '유기적 성장'과 인수ㆍ합병(M&A),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외형적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듀얼 트랙(Dual-track)성장전략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랑세스는 특히 연 평균 5% 가까이 늘고 있는 세계 타이어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4억 유로를 들여 아시아 최대 부틸 고무 공장을 짓고 있다. 또 해마다 약 9%의 초고속 성장률을 보이는 고성능 친환경 '그린 타이어' 분야의 선두 자리를 굳히기 위해 친환경 타이어의 핵심 원료인 네오디뮴 폴리부타디엔 고무(Nd-PBR)를 연간 10만~15만톤 생산하는 공장을 아시아에 짓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이트만 회장은 "현재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랑세스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국내 주요 타이어 회사에 고성능 타이어의 원료인 기능성 부타디엔, 부틸 고무 등을 공급하고 있다.
그는 "한국정부가 내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2년부터 타이어의 안전성 및 친환경성을 제품에 표기하는 '라벨링 제도'를 본격 시행할 것으로 알고있다"며 "소비자들이 고성능 타이어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판매도 늘고, 우리 제품의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랑세스는 내년 한국에서 '고무의 날'(Rubber day) 행사도 열 계획이다.
뒤셀도르프(독일)=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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