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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해저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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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해저 터널

입력
2010.09.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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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터널은 일본의 세이칸(靑函) 터널이다. 혼슈(本州)의 아오모리(靑森)와 홋카이도(北海道) 하코다테(函館) 사이의 쓰가루(津輕) 해협 아래를 가로지르는 터널의 전체 길이는 54km에 이른다. 그러나 물밑 구간만 따지면, 세이칸 터널이 23km인 데 비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의 해협 터널(Channel Tunnel)이 전체 50km에 물밑 구간 38km로 가장 길다. 우리나라의 첫 해저 터널인 거가대로(거제도~가덕도) 터널은 3.7km 이다. 철도 전용인 세이칸 터널과 해협 터널은 각각 1988년과 1994년 개통됐다.

■ 일본은 1910년대부터 세이칸 터널 건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홋카이도 북쪽의 4개 섬, 북방도서를 소련이 점령한 다음이다. 이어 1954년 태풍으로 쓰가루 해협에서 여객선 5척이 한꺼번에 침몰, 1,400명이 숨진 참사를 계기로 일본 국철(國鐵)이 구체적 계획에 착수했다. 비약적 경제성장에 힘입어 홋카이도와의 여객 및 물류 수송이 급증한 것도 뒷받침됐다. 1964년 시작한 터널 공사는 대부분 발파에 의존해 뚫고 들어가는 재래식 공법으로 진행돼 20년 넘게 걸렸다.

■ 영불 해협터널 구상은 19세기 초, 마차 교통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2년 터널 안을 등불로 밝히고 중간에 말을 바꿀 수 있는 인공 섬을 만들자는 제안이 프랑스에서 먼저 나왔다. 이어 철도 시대가 열리면서 터널 건설 논의가 진전, 1876년 양쪽에서 시험 굴착까지 했다. 그러나 해저 터널은 섬나라의 안보 이점을 앗아간다는 영국 정계와 언론의 끈질긴 반대 캠페인에 밀려 1882년 계획이 폐기됐다. 가장 큰 걸림돌인 안보 논란은 2차 대전에서 공군력이 영국 방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다음에야 해소됐다.

■ 해협 터널은 1955년 타당성 조사를 시작, 1974년 착공했으나 이번에는 경제가 발목을 잡았다.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 참여가 불투명한 데다 추정 건설비가 치솟고 경제 형편마저 어려워지자 이듬해 집권한 노동당 정부는 터널 계획을 취소, 프랑스를 당황하게 했다. 1981년 대처 총리와 미테랑 대통령의 리더십에 힘입어 되살아난 해협 터널은 숱한 난관을 극복해 '현대판 7대 불가사의'로 불린다. 그러나 고속 페리로 1시간 반 걸리던 해협 횡단시간을 21분으로 줄인 터널의 경제성은 지금도 논란거리다. 우리의 여러 해저터널 구상도 결국 경제성이 관건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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