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이 둔화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추석 연휴로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온스당 17.80달러(1.4%) 상승한 1,290.10달러까지 치솟으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은 장중 한 때 1,298달러까지 상승하며 1,3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이날 금값 급등은 전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0~0.25%)한 후 성명에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고용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데 따른 것. FOMC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고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회귀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현재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 완화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정책금리가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제로금리' 수준인 만큼 사실상 추가로 돈을 찍어내 총통화량 자체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5개월 래 최저치까지 급락했다. 23일 오전 런던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달러화 가치는 전날보다 더 떨어진 1.3411달러로, 지난 4월21일(유로당 1.3440달러)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연준의 경기 진단과 대응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우왕좌왕하는 모습. '추가 부양책 가능성'이라는 호재와 '경기 둔화 및 디플레이션 우려 상승'이라는 악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뉴욕 증시도 21일 당일에는 혼조세를 보였다가 다음 날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키이스 워츠 피프스서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한 것은 호재였지만, 연준이 거시경제 추세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악재였다"고 평가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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