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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대책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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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대책이 성공하려면

입력
2010.09.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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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5로 세계 최저였다. 1960년 6.0을 넘었던 데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2003년 '1ㆍ17 쇼크' 이후, 정부가 본격적 저출산 대책에 매달려 왔지만 2006년 황금돼지 해를 빼고는 출산율이 1.2를 넘기지 못했다.

저출산은 잠재 성장력을 떨어뜨리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하며, 사회보장 부담을 늘리고, 노동력 부족을 부르는 등 국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의 저출산은 속도가 예외적으로 빠르고 정부 대응도 늦었던 데다 무엇보다 한국사회 심층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일과 가정 양립할 수 있게

왜 한국의 젊은 세대는 출산을 미루고, 피하고, 포기하는가? 첫째는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 증가와 소득 불안정, 비정규직 증가로 소득수준이 낮아진 것을 들 수 있다. 둘째는 교육비 등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정보지식기반 경쟁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적 투자가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맡겨진 현실이 중요하다. 셋째, 여성의 고학력과 노동시장 참여 증가가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결합, 결혼보다 일을 택하거나 결혼하면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저출산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사교육 중심의 교육, 일과 가사 양립을 가능하게 할 육아 지원체제의 부재가 겹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출산율이 이미 1.17로 떨어진 뒤의 일이었다. 95년까지 인구정책의 기조는 60년대 이래의 가족계획으로, 제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선 것이 겨우 2006년이었다. 일본이 89년 '1.57 쇼크' 이후 '엔젤 플랜'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스웨덴이 30년대에 이미 세계 최저 출산율 1.7을 기록한 뒤, 인구문제심의회를 설치해 여성이 일하며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한 것과는 너무 대비된다.

늦은 저출산 대책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더욱 진지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세계적 동향을 보면, 전후 베이비붐 이후 선진국 공통으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해 80년대 초에는 1.5~2.0 수준으로 수렴하는 듯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처럼 출산율 1.5~2.0을 유지하거나 반전 상승한 국가군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처럼 1.5 이하로 떨어진 국가군이 갈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출산율 상승에 성공한 나라는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도 높아 출산과 여성 고용이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이다. 90년대 중반에는 대개의 선진국이 정도차는 있지만, 단순한 다자녀 가족 장려지원 정책으로부터 여성의 일ㆍ가정 양립 지원정책으로 바뀌었다. 여성 고용과 출산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국가전략 최우선 순위로

2006년 1차 기본계획과 2010년 2차 기본계획의 기조가 일ㆍ가정 양립으로 잡힌 것은 옳다. 또한 아직 희망자녀가 두 명 이상이라는 사실은 무엇보다 다행이다. 희망자녀는 76년 2.8명에서 2006년 2.3명으로 3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희망대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출산ㆍ양육 환경을 정비한다면 출산율 회복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노동환경의 정비와 교육제도의 정상화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다. 희망자녀와 실제 출생아 수의 차이를 좁힐 구체적 방안을 찾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민주적 소통의 장도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제 2차 기본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전략으로서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집중적 투자를 이끌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혜경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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