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위기가 있었지만 3년 동안 해 놓은 게 있어 우승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후반기 주기적인 타선의 집단 슬럼프와 삼성의 맹추격에 고전하면서도 정규시즌 우승컵을 놓치지 않은 SK의 힘은 바로 위기에서 더 빛나는 관록과 경험이었다.
관록으로 극복한 위기의 후반기
SK는 개막 3경기까지 이기면서 지난 시즌부터 22연승의 초상승세를 이어갔다. 연승이 끝나는가 싶더니 4월14일 대전 한화전부터 5월4일 인천 넥센전까지 다시 16연승을 기록했다. 사실상 나머지 7개 구단이 올해도 SK의 벽을 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쏟아졌다. 7월20일엔 역대 최소 경기(86경기) 60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막판 19연승을 올리고도 KIA의 벽을 넘지 못했던 SK는 올시즌엔 후반기 들어 위기가 닥쳤다. 후반기가 시작될 때 2위 삼삼성과의 경기 차는 7.5경기. 8월13일부터 20일까지 6연패에 빠진 사이 삼성이 3경기 차까지 좁혔고, 지난 12일 매직넘버를 ‘6’까지 줄인 이후 두 번째 고비가 찾아 왔다. 믿었던 불펜이 잇따라 무너지며 삼성에 2경기 차까지 쫓겼다.
SK는 17일 LG에 진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19일 삼성과의 시즌 최종전에 운명을 걸었다. 졌다면 삼성에 2경기 차로 쫓기면서 상대 전적도 열세로 마쳐 사실상 1경기 차까지 좁혀질 수 있는 경기였다. 후반기 선발 마운드에서 고군분투하던 에이스 김광현은 올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3-0 승리를 이끌었다. 마운드에 김광현이 있었다면, 타선에는 박경완과 김재현 등 베테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후반기 ‘수성’이었다.
SK 왕조의 시작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프로야구 역대 최강팀으로 꼽히는 해태(86~89년)와 타이를 이루는 최장 기간 연속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초창기에 비해 전력 평준화가 이뤄진 90년대 이후로는 최초의 4년 연속 진출이다.
김 감독은 “밖에서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게 우리 팀”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해태나 현대 등이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들을 앞세워 늘 우승권에 있었다면, SK는 김 감독의 ‘토털베이스볼’이 만들어낸 결정체다. 실제로 SK는 개인타이틀이나 골든글러브와는 거리가 멀었고, 올시즌에도 타이틀홀더는 김광현의 다승왕 외에는 전무하다.
야구의 기본기인 마운드와 수비가 현대 야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입증하는 SK 시대의 개막이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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