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기도 지역에서 운영하는 각종 기피시설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민들을 위한 것이기에 서울에 둬야 할 묘지, 화장장, 분뇨처리장 등 이른바 기피시설이 언제부터인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하나둘씩 자리잡으면서 경기도가 ‘서울 사람을 뒷처리하는 장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이에 경기개발연구원과 함께 관할구역 밖 주민기피시설(역외 주민기피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이 시설의 문제점, 갈등 원인 및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4회에 걸쳐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사는 곳은 서울, 그 이후는 경기도?
이달 1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서울 시립 승화원(벽제화장장) 앞 도로. 가을걷이를 코 앞에 두고 일손이 바쁠 텐데도 50, 60대 농민 2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기피시설을 서울시로 이전하고 이전 때까지 시설을 현대화하며 그동안 입었던 피해를 보상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달 말까지 서울시가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기피시설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10월 1일부터 기피시설 출입로 봉쇄 등 물리적 행동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주민들의 분위기에 동조하듯 최성 고양시장도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편지를 통해 해결책 제시를 촉구하는 한편, 시 전략개발담당관실 내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승화원은 1971년 화장로 7기 규모로 세워졌고, 이후 화장 문화가 성숙하면서 2000년엔 화장로 16기가 추가됐다. 이때 서울시가 지역주민 반발을 우려해 고양시에 주민 생활 개선비 명목으로 지원한 금액은 8억여원이 전부다. 반면 서울시가 서울 원지동에 추진하고 있는 추모공원(화장로 11기 규모) 설립에는 공원 조성 등을 명목으로 무려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김금복 고양기피시설주민대책위 상임위원장은 "1963년 벽제 서울시립묘지, 1971년 서울시립 화장장이 들어서면서 고양 주민들은 엄청난 정신적ㆍ경제적 피해를 입었는데도 사실상 별다른 보상을 하지 않았다"며 "헌데 서울시는 시내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고양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기피시설 해법 모색해야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소유 기피시설은 1963년 파주시에 들어온 ‘서울 시립 용미리 1묘지’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늘어 2010년 현재 모두 45곳의 기피시설이 도내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고양ㆍ파주ㆍ화성시에 위치한 장사시설은 해당 자치단체의 동의도 없이 설치된 것들이다. 김희원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공공복리를 위해 설치하는 공공시설은 관계 지자체의 동의를 받아 그 지자체 구역 밖에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144조3항)을 위반한 것으로 자치권 침해 소지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 기피시설은 말 그대로 주민들이 교통 정체 현상, 자산가격 하락 등의 부정적 효과 때문에 기피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해당 지자체도 문제다. 각 지자체들은 기피시설과 관련한 민원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적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주민들은 자신들을 무시한 서울시와 해당 지자체에 불만이 쌓으면서 갈등은 커지고 있다.
서울시도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기피시설 지역에서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서울시민들의 민원이 아니기에 ‘신속 민원 처리’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주객이 전도돼 해당 지자체가 시설 운영을 책임진 서울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경기도에 와서 시설물을 설치를 애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고양시가 서울시의 조치를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서울시가 기피시설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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