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은닉을 위해 스위스를 택했던 부자들이 이제 싱가포르나 홍콩 등 아시아를 찾고 있다. 22일 뉴욕타임스(NYT)는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에 대한 미 정부의 조사 등 비밀주의 전통이 위협받으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부자들이 발 빠르게 나서 돈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2년간 UBS가 미 법무부와 실랑이를 하는 동안 빠져나간 프라이빗 뱅킹(PB) 부문 손실은 2,00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등지에 지점을 개설해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UBS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보너스잔치를 벌일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객상담 직원도 400명 이상 더 충원할 계획이다. UBS뿐 아니라 줄리어스베어은행 등 규모가 작은 스위스 은행들도 아시아 점포를 늘리고 있다. “싱가포르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는 줄리어스베어은행은 이달 초 이사회를 취리히 본사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UBS가 미 법무부에 미국인 고객 4,450명의 명단을 넘겨주면서 스위스에 예치됐던 돈이 대부분 싱가포르로 옮겨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의 PB 자산 규모도 현재 2,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싱가포르를 바짝 추격 중이다.
조세정의네트워크(TJN) 설립자 리차드 머피는 “스위스식을 따르는 싱가포르는 자본 이득과 해외 수익에 대해 세금을 거의 부과하지 않는 한편 예금주들에게 비실명 계좌를 허용하고 있으며, 홍콩은 비밀주의를 규정하지 않지만 불투명한 기업 설립을 용인해 세금 회피 창구 역할을 하도록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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