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엉터리 예보와 서울시 등의 허술한 대응 속에 21일 폭우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악몽 같은 추석 연휴를 보내야 했던 이재민들은 재해 당국에 대해 분노를 토해냈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오전 11시 예보에서 기상청은 서울 경기에 20~6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이날 하루 동안 서울 259.5㎜, 인천 175㎜의 폭우가 쏟아졌다.
또 서울의 경우 방재와 공무원 비상근무의 근거 자료가 되는 호우경보가 오후 2시 발표됐으나 강서구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발표 10분 만에 경보기준인 150㎜를 넘어섰고, 대부분의 서울 지역도 1시간 내에 경보 기준을 넘겼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대피할 여유조차 없었다. 강서구 주민 박수영(52)씨는 "비가 얼마 안 온다는 기상청 발표만 믿고 추석 차례상 장만을 위해 시장에 갔다가 하마터면 떠내려갈 뻔했다"며 "겨울 폭설 때도 그러더니 또 이렇게 예보가 엇나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 등 관계 기관의 늑장 대처도 홍수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시는 피해 접수가 속출했던 4시30분이 넘어서야 전 직원을 동원하는 3단계 비상대책근무령을 발령하고 수해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시내가 배수 불량으로 통행이 완전히 마비된 이후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비가 그친 7시에야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는 비상근무 3단계를 발령했다. 대책본부는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직후인 1시30분부터 상황실 근무자 등 기본 인력이 출근하는 비상근무 1단계 체제에 들어갔고 오후 4시에는 중앙부처 및 관계 기관 공무원들도 동원되는 2단계로 근무 형태를 격상했다.
양천구 신월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는 이모(47)씨는 "물이 차서 곧바로 동주민센터에 전화 연락을 시도했는데 출근을 안 했는지 아무도 받지 않아 양수기를 지원받지 못했다"고 했고, 김미화(62ㆍ여)씨는 "피해 복구를 도와 달라는 전화를 해도 '딴 곳도 피해 많은 데 왜 야단이냐'는 답만 돌아왔다"고 불통을 터뜨렸다.
망우산 계곡물이 흐르던 관이 터지면서 물이 집에 들이닥쳐 이재민이 된 오연옥(66ㆍ여ㆍ경기 구리시 교문동)씨는 "119와 시청 상황실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지만 '수해 복구로 인력이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허망한 답변만 돌아왔다. 복구보다 구조가 우선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에는 이번 폭우로 인해 공연이 취소됐다는 내용의 공지 한 건을 제외하면 관련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중부권 집중호우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1명이 다쳤다. 1만4,000여가구는 침수 피해를 당했다. 대책본부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3일 피해 지역에 대한 복구 작업에 펌프차 등 소방장비 4,000대와 소방인력 9,270명,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만3,000명을 투입했다. 경찰과 국방부도 지원 활동을 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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