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태극소녀들의 우승 호언장담은 처음에만 해도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최덕주 17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이 “우승컵을 가지고 오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여파 등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태극소녀들은 이러한 평가를 비웃듯 경기를 치를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첫 단추 잘 꿴 자신감으로 위기관리 능력 향상
최덕주 감독은 대회 개막 전만 해도 주전 골게터 여민지(함안대산고)의 몸 상태가 60~70%에 불과하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여민지의 컨디션이 경기를 치를수록 올라왔듯 대표팀의 전력도 진화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청소년(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여자청소년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별리그 1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여민지의 골로 앞서가다 후반 7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3분 만에 추가골을 뽑아내며 3-1 첫 승전고를 울렸다.
최인철 여자성인대표팀 감독은 17세 이하 여자대표팀의 쾌속질주에 대해 “남아공전에서 실점을 허용한 뒤 바로 추가골을 뽑아내며 승리까지 얻어낸 것이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으로 연결됐을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경기에서도 위기관리 능력이 향상되며 진화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 멕시코와 2차전에서도 1-1 동점을 허용한 뒤 3분 만에 두 번째 골을 넣고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또 여민지와 함께 투톱을 형성하는 김다혜(현대정과고)가 조별리그 3차전부터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8강 나이지리아전, 4강 스페인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는 놀라운 근성을 발휘했다.
세계최강 공격라인으로 첫 우승컵 도전
최덕주 감독은 월드컵 출전에 앞서 한국의 최대 강점으로 ‘3골을 먹어도 4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력’을 꼽았다. 한국의 매서운 공격력은 준결승까지 15골이라는 성적표가 말해줬다. 한국은 여민지와 김다혜 투톱에, 좌우 측면 날개 김나리와 이금민(이상 현대정과고)이 막강 공격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터프하고 활동량이 풍부한 주장 김아름(포항여전자고)이 중원에서 이를 뒷받침해준다. 최인철 감독은 “17세 이하 대표팀의 공격력은 세계최강이라고 할 만큼 빼어나다. 유럽과 아프리카팀들의 수비 조직력이 그렇게 좋지 못해 한국의 공격력을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6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대회 8골로 득점왕을 예약한 여민지를 비롯해 부상으로 결장했던 김다혜의 투톱 조합으로 사상 첫 우승컵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최덕주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최정예 멤버로 경기를 치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베스트 멤버를 투입해 정상을 노리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17세 이하 대표팀의 F4’로 불리는 여민지, 김다혜, 김나리, 이금민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공격라인이 어떤 파괴력을 보일지 벌써부터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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