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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강도 잡은 금은방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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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강도 잡은 금은방 사장님들

입력
2010.09.2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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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2시 서울 종로3가 귀금속거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최모(44)씨는 자신의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지하철 종로3가역 출입구 쪽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목격했다.

건장한 사내 두 명이 황급히 지하철 출입국에서 뛰쳐나와 귀금속거리 대로변 뒤쪽 골목길로 달리고 20대 청년이 “강도야, 저 놈 잡아라”며 뒤를 쫓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쫓기는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속이 꽉 찬 가방을 들고 있었다.

‘네다바이 (귀금속 날치기를 뜻하는 속어)’라고 직감한 최씨는 반사적으로 날치기 범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최씨가 “거기 서”라고 고함을 지르며 추격하자 주변 금은방 사장 4명도 함께 추격전에 동참했다. 금은방이 밀집해 날치기가 빈발한 귀금속거리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순식간에 결성된 5인방의 ‘금은방 사장 추격대’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두 명의 범인 가운데 가방을 들고 있던 한 명은 50m쯤 달아나다 최씨를 포함해 이 골목 지리를 속속들이 아는 금은방 사장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최씨 등은 범인을 인근 소방서로 끌고가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가방에서 1억4,200여 만원의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금은방 추격대가 잡은 진모(42)씨를 추궁해 달아난 공범 배모(44)씨 신원을 확인했고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19일 배씨까지 체포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하철 신당역 부근에서 중국 국적의 금은방 종업원이 거래처에서 돈을 받아 가방에 넣는 것을 목격한 뒤 종로3가역까지 따라와 가방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3일 먼저 붙잡힌 진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하고 배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태권도 도장 사범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인 범인들은 도박 빚과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최씨 등 금은방 주인 5명에게 20일 감사장과 보상금을 전달했다. 경찰관계자는 “경찰이 잡기에도 껄끄러운 상대를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잡아준 용기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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