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주변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구속한 중국인 선장을 석방키로 결정,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이 일단락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일본 NHK방송, 교도통신 등은 24일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지검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구속한 중국 어선 선장 잔치슝(詹其雄ㆍ41)씨를 처분 보류 형식으로 석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검 관계자는 "(선장이 순시선을) 고의로 들이받은 것은 명백하나 계획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국민에 대한 영향이나 앞으로의 일중관계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민당 등 일본 보수 야당들은 "외교적 패배"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일본이 잔 선장을 전격 석방키로 한 것은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 양국간 갈등이 예상 외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일단 물러서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앞서 23일 일본인 4명이 중국 허베이(河北)성에서 불법으로 군사시설을 촬영한 혐의로 체포했다. 또 중국이 통관절차 지체를 이유로 하이브리드카, 미사일, 태양광패널 등 첨단제품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희귀금속)의 대일수출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본 여행자제, 일본 관련 행사취소 등에 이어 중국의 전방위 압박이 계속된 것이다.
잔 선장은 석방 관련 절차를 마치는 대로 중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며 중국 정부는 항공편을 보내 잔 선장을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번 분쟁이 일단락되더라도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이 지역에 매장된 엄청난 석유, 가스 등 자원을 목표로 한 것이어서 언제든 재연될 소지는 다분하다. 일본의 중국인 선장 석방 조치가 이뤄지기 전 미국이 일본 지지를 표명한 것처럼 향후 분쟁에서 미국이 적극 개입하게 되면 중일간 영토분쟁은 미중일 3국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과 일본의 동맹은 전 세계 평화와 안보의 주춧돌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센카쿠 열도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의 분쟁지대와 제기된 긴장'이라는 언급을 하며 이같이 강조, 미국과 일본 언론으로부터 중일간 영토분쟁에서 일본을 지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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