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이 나와 관심을 모았던 금융감독원 로비 의혹 수사(한국일보 16일자 1면)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유상증자를 돕겠다며 코스닥 업체로부터 5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17일 브로커 김모(50)씨를 구속기소한 것으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달 김씨의 공범인 친형(55)과 이들에게 돈을 건넨 코스닥 상장업체인 M사 회장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는데, 수사과정에서 금감원 고위관계자와 청와대 A행정관이 김씨 형제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를 진행해 왔다. A행정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선후보 시절부터 보좌해 온 인물로, 정부 초기부터 지금까지 내부감찰 업무를 맡아왔다.
단순한 금융브로커 사기 사건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한 검찰은 수사 초기, 브로커 형 김씨 등을 상대로 A행정관 등의 연루 의혹과 관련해 일부 진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금감원ㆍ청와대 관계자와 친분은 있으나, 로비 자금을 건네진 않았다"고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도 오락가락해 검찰 수사는 사실상 난항에 빠졌다.
그러다 이달 4일 주범인 동생 김씨가 체포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동생은 아예 묵비권을 행사했고, 관련 계좌추적에서도 수상한 자금 흐름은 발견되지 않았다. A행정관도 주변인들에게 "김씨는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청탁을 주고받을 관계는 결코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동생 김씨를 형과 동일한 혐의로만 구속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새로운, 그리고 일관된 관련자들의 진술이 확보되지 않는 한, 현재로선 수사를 더 이상 이끌어갈 단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전에 수 차례 반려됐던 M사의 유상증자가 김씨 형제가 나선 뒤 곧바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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