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공정사회의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의 첫 주제로 '공정한 인사'를 제시했다. '기회균등과 특권배제'가 키워드인 공정사회로 가려면 무엇보다도 공직인사에서의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교육 경제 복지 등 여러 분야의 공정한 기회, 공정한 배분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체감 정도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공직인사의 편향성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다. 객관적 자료로 드러난 인사의 공정성 여부는 정부의 신뢰 평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지역을 포함해 특별한 연고나 배경을 가진 정권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과거 정권처럼 인사 때마다 지역 등의 편중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는 첫 전국 정권이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첫 인사부터 특정 지역에 학교, 종교색까지 나타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이후 인사 편향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했다. 거칠게 훑어봐도 현재 장ㆍ차관을 포함한 고위공무원단, 특히 핵심 요직에서 특정 지역과 학교의 편향은 지난 정권과 비교해 현저하게 두드러진다. 이 대통령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엊그제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이재오 특임장관과의 만남에서도 TK 편중인사가 주요 화제가 됐고, 이 장관도 대통령의 탕평인사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중 인사는 물론 '아는 사람을 편하게 쓰는'데서 비롯한 것이지만, 이 안이한 선택이 결국은 여론을 잘못 읽게 하고 갈등을 키워 정책의 적합성과 실효성을 훼손한다. 이런 점에서 그 폐해는 막연히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다. 오랜 편중 인사의 누적으로 이젠 현실적으로 특정지역의 인재층이 상대적으로 두터워 산술적 지역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으나, 어차피 악순환의 고리를 한번 끊지 않고는 근본적인 인사 개혁은 어렵다. 균형인사가 공정사회의 전제임을 인식한다면 과감하게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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