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보스 포럼'을 지향하며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이 주최하는 국제석학포럼 '2010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이 29, 3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다. 올해로 6회째인 이 포럼은 세계적 석학들의 기조강연과 5개의 분과회의로 진행된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장벽 없는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포럼의 기조강연자는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 미 하버드대 교수. 이밖에도 헨리 로즈몬트 미 브라운대 교수, 마이클 로빈슨 미 인디애나대 교수 등 100여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가해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문명간 화해와 세계 평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불평등과 빈곤 연구로 아시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출신의 아마티아 센 교수는 29일 '세계 시민과 국가의 경계'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자기정체성 규정의 오류가 세계의 폭력을 낳는다"는 주장을 편다. 그는 미리 배포한 강연문에서 "인간 정체성의 다원성과 다양성이 국가 문명 종교 등의 단일 요소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으로, 이런 환상에 빠질 때 인간 집단들은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며 "인간의 정체성을 문명이라는 범주로 단일하게 규정하는 '문명충돌론'이나 '문명 사이의 화해' 담론 모두 이런 맥락에서 오류에 지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직업, 젠더, 언어, 취향, 도덕, 계급 등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규정되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스스로 세계시민으로 각성하고 이성적으로 추론하고 선택을 해야 평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동양철학의 권위자인 헨리 로즈몬트 교수는 30일 '어떻게 유학은 개인주의에 빠지지 않고 개성을 존중했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윤리로서 유교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는 발표문에서 근대 이후 인간해방의 역할을 했던 자본주의가 '자유'라는 미명 아래 사회정의를 침해하고 체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했다고 지적하고 그 대안윤리로 유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유교는 가족이라는 보편적 단위에 자리잡은 윤리이고 관계의 맥락에서 적절한 행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관계적인 윤리"라며 "이 시대에 요구되는 세계윤리가 보편성과 각 문화와 개인의 맥락을 중시하는 특수성을 포괄해야 한다면 유교는 세계윤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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