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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늦은 선물에 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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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늦은 선물에 대한 변명

입력
2010.09.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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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에 선물이 오간다. 명절을 맞아 고마운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 오간다. 선물(膳物)이란 말에 착한 선(善)자가 들어있듯이, 착한 마음이 오간다. 그런데 착한 선물을 받고도 화가 날 때가 있다. 한가위에는 과일이 선물로 오는데 보내는 사람의 착한 마음에 상처가 많다.

명절 특수에 정신이 없는 택배회사들이 과일상자를 짐짝처럼 다루어 막 여문 햇과일들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배달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과일상자의 얄팍한 상혼이라니! 위에는 과일의 알이 커 상품처럼 번질거리는데 아래로 갈수록 형편없는 하품이다. 그런 상자에 '명품'이라는 금박스티커는 왜 부쳐 보내는지.

그런 과일상자들이 가르친다. 명절에는 그런 선물로 보내지 말라는 것을. 선물이 아니라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해서 올해는 선물을 보낼 분들께 미리 전화를 드려 양해를 구했다. 내가 보내려는 우리 지역의 명품 배인 '서생배'는 10월 중순에 당도가 가장 높은 최고의 맛을 내니 그때 감사의 선물을 보내고자 하니 양해해달라고.

다들 웃음으로 받아주어 일단은 마음이 편하다. 그땐 배 과수원에 직접 가 부탁할 작정이다. 가능한 고른 크기의 배를 담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알이 작은 것을 위로 크고 좋은 것을 아래로 넣어달라고 할 것이다. 늦은 한가위 선물을 받고도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마음 꾹꾹 눌러 담고 보내고 싶은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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