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저 친구들 진짜 웃기지 않아?"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BS 앞. 인터뷰 사진을 촬영 중인 이들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반갑게 웃는다. '개그콘서트'에서 숱한 유행어를 뿌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두 분 토론'의 김기열(29), 박영진(29), 김영희(27). 이들 표정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두 분 토론'은 김기열이 사회를 맡고 "남자는 하늘"이라 외치는 '남하당'대표 박영진과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는 '여당당'대표 김영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맞부딪치는 남녀간 시각차이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내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19일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내용 역시 귀성길에 벌어질 법한 에피소드.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남하당 대표가 아래턱을 한껏 치켜들고 "힘들게 운전하다가 휴게소에 내려줬으면 화장실이나 빨리 갔다 올 것이지. 뭐~ 통~감자? 통~감자? 건방지게"라며 호통을 치자, 여당당 대표가 유행어가 된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라는 말로 응수했다.
방청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박영진의 여성 비하 발언에 "워~" 하는 야유가 이어지다 "어디 남자 개그맨이 개그 하는데 워 하고 있어"라는 한마디에 박장대소가 터진다. 김영희의 기세등등한 반격에 여성 방청객들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가볍게 보면 견원지간인 남녀의 억지싸움이 전부지만, 이 코너가 얘기하고 싶은 건 소통이다. 김기열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후보자 토론회에서 서로 상대방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캐릭터를 내세워 현실의 문제를 꼬집은 것. 그가 던진 불씨는 개그맨도 인정하는 '웃긴 사람' 박영진과 무서운 신인 김영희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만나 발화했다.
홍일점 김영희는 올해 4월에 입사한 새내기다. 무대에선 박영진을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그이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금세 순한 양으로 변한다. 한때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던 그는 대학 때야 개그맨이 되기로 결심했다. 2007년 졸업 후 상경해 대학로 개그 무대에 섰고, 타 지상파 방송사 공채에 합격했지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돼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
무대를 향한 열정은 그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고, 결국 올해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하면서 꿈을 이뤘다. 그는 선배들이 잘 챙겨주냐는 물음에 "둘 다 무뚝뚝하지만 요즘엔 '조금만 더 웃기면 되는데. CF 찍을 수 있어'라며 연기 지도도 해준다"며 멋쩍게 웃었다. 조혜련, 신봉선처럼 열정이 넘치고 당당한 개그우먼이 되는 게 그의 목표다.
빼빼로데이, 대학축제, 체육대회, 이사 등 올 가을 다룰 만한 주제들은 풍년이란다. 이 코너를 언제까지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괜히 최장수 코너 욕심 내다가 식상하면 안돼. 여운을 남길 정도만." 박영진이 짐짓 점잔을 빼자, 김기열이 맞받아쳤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야지. 어떻게든 길게 가야 돼."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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