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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가을 버섯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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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가을 버섯 기행

입력
2010.09.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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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선물로 송이버섯이 인기다. 제철을 맞은 송이를 따러 채취꾼들을 두어 번 따라다녔지만 송이 따기는 쉽지 않다. 갓이 피지 않은 어린 송이는 솔잎이나 낙엽 밑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한눈에 알아보는데 초행자는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다. 급기야 장갑을 끼고 솔잎을 갈퀴처럼 긁다가 "땅을 헤쳐 놓으면 내년에 송이가 나지 않는다"고 타박을 듣는다.

프랑스도 버섯이 많이 난다. 가을이면 버섯을 따러 프랑스 큰 숲을 찾아 다녔다. 라스코 동굴 벽화로 유명한 페리고 지방은 송이를 닮은 세프와 특히 버섯 중에서 가장 비싼 트러플로 널리 알려졌다. 숲의 비프스테이크로 불리는 세프는 살이 단단하고 영양이 많아 그 옛날 농부들에게 스테이크를 대신할 만큼 훌륭한 음식이었다. 킬로그램 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트러플은 버섯시장의 볼만한 구경거리다. 땅 속에서 자라는 트러플은 훈련된 돼지나 개를 동원해 찾는다. 트러플 향기만 쫓아 몰려드는 파리가 있어 경험 많은 농부는 파리 떼만 보고 버섯을 찾아낸다. 트러플이 있는 땅에는 풀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대머리처럼 둥글게 풀이 없는 곳에서 트러플을 캐기도 한다.

트러플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옛날 어느 가난한 나무꾼이 하나 남은 마지막 감자를 굶주린 노파에게 주었다. 노파는 고마워하더니 요정으로 변신한다. 요정이 지팡이로 감자를 건드리자 흑단처럼 검고 장미꽃 향기가 나는 트러플이 만들어졌다. 요정은 "당신의 마당에서 이 버섯을 얼마든지 캘 수 있다. 이 버섯은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하고 사라졌다. 부자로 살았던 나무꾼이 죽고 인색한 아들이 버섯밭을 물려받았다. 어느 날 아들이 길을 가다가 구걸하는 노파를 만나자 지팡이를 휘둘러 쫓아버렸다. 화가 난 요정은 트러플을 농부 집 마당에서 거둬들여 페리고 산과 들에 뿌렸다. 이 전설은 착한 나무꾼이 부모를 잘 공양하여 산신령에게 산삼을 점지 받는 우리 전설과 흡사하다. 인과응보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스위스에 인접한 쥐라 산맥에서도 가을마다 버섯 산행을 떠났다. 산골 마을에는 친구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셨다. 80세가 넘었지만 175cm의 키에 목소리가 괄괄하고 유머가 넘쳤다. 버섯을 따 올 때마다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셨는데 우리가 세프를 물로 씻는 것을 보고 그러면 향기가 달아난다고 했다. "흙은 솔로 털어내고 껍질은 칼로 벗겨 요리해라"고 말씀하시다가 요리가 늦으면 커다란 참나무 식탁을 양손으로 쾅쾅 두드리며 "빨리 내 앞에 요리를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집으로 돌아 올 때마다 할머니는 손수 만든 수 년 된 산딸기 잼을 병에 담아 주셨다. 자연산 잼은 우리네 간장처럼 묵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줄 그 때 알았다.

하루 종일 세프 하나 못 따고 빈 바구니로 돌아온 우리를 버섯이 많이 나는 숲까지 데려다 준 마을 사람들, 세프를 뿌리 채 뽑아 들자 "칼로 밑동을 잘라야지 송두리째 뽑으면 다음에 버섯이 나지 않는다"고 가르쳐 준 친구들, 트러플 전설을 들려주고 맛있는 식탁을 차려준 친구 어머니, 모두 그리운 얼굴이다. 며칠 전 강원도에서 지인이 보내온 송이 상자를 열자 솔이끼 향과 함께 버섯을 따러 다니며 만났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곧 추석 직후 열리는 강원도 양양이나 경북 봉화 송이 축제에 참가해서 버섯을 한 바구니 따올 생각이다. 가을 숲에서 자연의 생명력으로 가득 찬 송이를 만나는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 귀한 자연의 선물을 얼마만큼 거두느냐는 지금까지 얼마나 착하게 살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웃과 조금씩 나눌 만큼만 따오면 좋겠다.

전강옥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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