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내달 발간 예정인 ‘2010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명시하지 않고 예년과 같은 수준에서 북한의 위협을 기술하기로 했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 강경기류를 타고 주적 개념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최근 대북 쌀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사업을 고리로 한 남북관계 회복 조짐 등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주적이라는 표현은 남북간 반목과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던 1960-70년대에도 없었는데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바로 전 해인 94년 3월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위협 발언으로 급격하게 고조된 남북긴장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에 발간된 국방백서부터는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다. 평화번영 정책 추구 등 달라진 남북관계 환경을 반영한 조치였다.
천안함 도발에서 보듯 북한의 호전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북한을 명시적인 적으로 표현하는 주적 개념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대외적인 공식 문서에 특정 세력을 지칭해 적이라고 표현한 사례가 없다. 주적이라고 명문화 하지 않는다 해서 필요한 군사대비와 안보의식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밝혔듯이 우리 군 내부적으로는 주적 개념이 존재해왔고 그에 따라 대비태세를 갖춰왔다. 군의 안보의식이 해이해졌다면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일이다.
남북이 중무장 상태로 대치중인 것은 사실이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긴장을 낮추고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북한이 남측의 주적 개념 부활 움직임에 “북침전쟁 도발 기도의 명문화”라고 비난 공세를 펴는 것은 지나치지만, 상대를 주적으로 규정해놓고 대화가 잘 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방부의 유연한 방침이 모처럼 일고 있는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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