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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 중간선거와 티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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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 중간선거와 티파티

입력
2010.09.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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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11월 2일)로 몸이 달아 있다. 신문과 방송은 거의 매일 중간선거 뉴스로 도배질하다시피 하고, 의회와 백악관도 모든 신경이 선거에 가 있다. 2년마다 치러지는 중간선거이지만 이번 선거는 의미가 남다른 면이 있다. 2년 전 '흑인대통령 탄생'이라는 미국의 정치역사를 새로 쓴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을 심판하는 '중간평가'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재선을 재는 풍향계

중간선거 결과가 2012년 차기 대선 기상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으로 미국의 정치혁명을 계속 이끌지 아니면 단발성 정치실험으로 끝날지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첫 잣대이다. 그래서인지 선거에 초연한 듯하던 오바마 대통령도 투표일이 다가오자 선거성 발언이 부쩍 늘었다.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모스크를 짓는 문제로 시끄러울 때 모스크 건립 지지발언을 한 것이 가장 문제가 됐다. 자신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일반론을 지적한 것이라 했지만, 중동계 표를 모으고, 나아가 진보층을 재결집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엄연한데 대통령이 종교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으로 종교 문제가 선거 쟁점의 하나로 등장했지만, 이번 중간선거는 여러 면에서 흥행 요소가 많다. 그 중 하나가 보수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Tea Party)'의 돌풍이다.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한 '보스턴 티 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이 단체는 오바마 대통령이 막 취임한 지난해 1월 한 증권거래인이 새 행정부의 조세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티(Tea) 하나씩을 의회에 보내자는 제안을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수많은 시민운동의 하나로 여겨지던 티파티는 이제 막 끝난 공화당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워싱턴 정가가 벌벌 떠는 초대형 태풍이 됐다. 티파티 후보가 공화당 주류 후보를 밀어내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 사례가 속출했다.

티파티의 출현에 반색했던 공화당은 당의 선거 기반까지 뒤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룡이 된 티파티를 보고 민주당이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반길 정도다. 티파티가 내세우는 극단적인 보수성향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교육부ㆍ상무부 폐지, 사회보장ㆍ메디케어(저소득층 의료보험) 단계적 폐지 등을 외치는 티파티를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면서도 엄청난 표 동원력을 의식해 자의 반 타의 반 티파티 뒤로 집결하고 있다. 티파티 후보들을 맹비난했던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조차 "새로운 색깔과 새로운 공격성이 중간선거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했고, 지난 대선의 공화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당시 자신이 주도했던 '풀뿌리 선거'를 상기하며 "그 전략을 2년 일찍 쓴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할 정도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려면 티파티를 등에 업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과격보수 극복할 수 있어야

티파티 돌풍을 1970년대 후반 '뉴라이트 운동'에 비견하는 견해가 있지만, 출발점은 타협의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기성정치판에 대한 유권자들의 뒤틀린 분노이다. 의회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때 정치가 극단적 이념에 휘둘릴 수 있음을 티파티 열풍은 잘 보여준다. 중간선거가 티파티를 반면교사로 삼아 무너진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황유석 워싱턴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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