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遼寧)성 번시(本溪)현에서 한(韓)민족임을 자부하며 400년 가까이 박(朴)씨 혈통을 이어온 번시 박씨 집성촌 '박보가(朴堡家)'마을이 화제다.
마을 6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절반 가량인 이들 번시 박씨들은 집안의 구전 이야기 등을 토대로 자신들의 시조가 조선 명종때 후금 정벌에 나선 강홍립(1560~1627)휘하의 병사 가운데 후금에 포로가 됐던 이들이라고 여긴다. 번시의 역사지에 청나라 강희제 때인 1659년 '박영강(朴英强) 등 번시의 박씨 5형제에게 토지를 나눠줬다'는 문구가 기록된 점이 근거다.
번시 박씨들은 청나라때 만주족으로 분류되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인 1958년 인구 조사 때는 한족(漢族)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2년 시행된 인구 조사 때 자신들이 한민족의 후예라며 촌민 전체가 집단 청원에 나서 조선족으로 바로잡았다. 이는 중국에 박씨 성이 없는 데다 이들이 박영강을 시조로 지금까지 16대 동안의 족보를 지녔기 때문에 가능했다.
번시 박씨들은 최근 '번시 박씨 협회(회장 박명겸)'를 조직해 번시 박씨의 족보를 체계화하는 등 본격적인 뿌리찾기 작업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7,000여 명의 후손들을 찾아내 번시 박씨의 가계도를 완성했다. 이들은 번시 박씨의 후손이 최소한 2만여 명은 더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협회 사무실에는 시조인 박혁거세의 영정과 신라시대 유물 사진들을 걸어놓고 있다.
박명범(朴明范) 전 번시현 역사지(誌) 판공실 주임은 "청나라와 공산당 문헌 등을 통해 우리 시조가 1619년 중국 땅에 온 것은 확인했지만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며 "한국 고고학계 등의 도움을 얻어 우리 선조의 뿌리를 꼭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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