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쌀 5,000여 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남아도는 쌀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도 다시 분분해졌다. 대북지원 강화, 쌀 가공식품 확대 등 많은 안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이 보기에는 문제도 아닌 것 같지만 정부는 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농민들은 생산을 줄이고 국민은 밥을 조금 더 먹으면 재고가 해결될 것 같은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알게 되면 국민은 할 말을 잃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생존과 번식을 기본으로 진화해 왔다. 생존을 위한 기본은 식량 확보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업은 곡물 위주로 시작되었지만 자연환경의 차이로 육식을 위주로 한 서양과 곡물농사 위주의 동양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교권 국가들은 벼농사 위주의 식문화를 형성하였다.
따라서 벼농사는 우리나라 농민들이 기술적으로 가장 익숙한 분야이다. 더욱이 각종 농작물과 축산물 생산비를 고려할 때 가장 적게 일하고 수입은 가장 많은 품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통치 시절부터 국가적인 식량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증산정책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벼농사가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장려되어 왔기 때문이다.
2008년 국민 식품수급을 보면 연간 국민 한 사람이 섭취한 총 567.4 kg 중 곡물은 26.3%인 149.1 kg을 섭취했다. 그 비중은 매년 감소한다. 이제 국민들은 식사의 상당량을 축산물과 원예산물로 충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 축산물 소비와 에너지 섭취가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그 추세를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농정이 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정책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국가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정치권과 극단적인 생산자 단체의 집단 이기주의에 정부가 동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식량안보는 심각하게 도전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지만 선진국은 여전히 곡물을 사용하여 축산물과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축산물 소비량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쌀을 계속 생산하도록 방치하고, 먹지 않아 남아도는 묵은 쌀의 사료전용은 국민정서가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감정적이다. 더욱이 일찍부터 밥을 먹는 식습관을 습득시켜 우리의 식문화를 이끌어가게 해야 할 어린 세대들의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 밥은 맛이 없는 것으로 인식시켜 다른 식품을 찾게 하고 있다.
도시화의 심화와 바이오 에너지 생산, 그리고 영양불균형이 식량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인구 비율은 국제통계(2008년 CIA, 81%)와는 달리 90%를 상회하고 있다.
과체중 인구가 영양결핍 인구보다 많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국가 식량안보 측면에서 생산을 줄이기보다 용도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길일 것이다. 밥보다 축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도시인들은 축산물 생산을 위해 쌀을 사용한다고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쌀을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축산물 대신 밥을 더 먹는 모범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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