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검찰 수사관을 폭행한 이 회사 직원들을 형사처벌키로 했다.
17일 한화그룹과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전날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던 검찰 수사관들이 사무실 진입을 막는 이 회사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지연된 것은 물론, 수사관 3~5명이 부상했다. 서부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4부에 별도로 배당, 가해 직원들을 엄중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검찰의 적법한 법 집행을 막을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건물 경비를 맡은 용역업체 직원 6명이 검찰 업무를 오해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화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례적으로 매우 장시간 동안 이뤄져 수사가 매우 고강도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검찰의 기업체 압수수색은 해당 업체의 업무차질을 우려해 길어야 3~4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관행인데 한화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16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약 10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당시 수사관 8명은 그룹 본사에서 경영기획실이 있는 25~26층을 통제한 채 의심 가는 곳곳을 샅샅이 뒤져 회계장부 등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20~30상자 분량의 자료를 가져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여의도 한화증권 압수수색에서도 검찰은 10여 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한화증권의 차명계좌 5개와 연결 계좌를 추적해 전체 비자금 규모와 흐름을 확인한 뒤, 계좌에 명의를 제공한 한화 전ㆍ현직 임원들을 대거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 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김승연 한화 회장은 당초 17일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입국을 연기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해외로 도피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는 셈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국금지 조치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자금 성격이 규명되지 않았고 수사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덥석 출금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박영수 변호사와, 역시 검찰 출신이자 그룹 법무실장을 지낸 채정석 변호사를 법적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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