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을 위해 오너가(家)가 직접 나섰다.'
17일 LG전자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선임된 것과 관련, 재계에서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이다. 강한 리더십과 책임 경영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LG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 평소 '인화(人和)'를 강조, 임기 중 경영진 교체가 거의 없었던 LG의 문화와 전통에 비춰볼 때, LG전자의 이번 수장 교체는 파격에 가깝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휴대폰 등 실적 악화가 원인
LG전자가 연말 정기 인사를 3개월여 앞두고 CEO 교체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LG전자의 상황이 다급해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무엇보다 올 들어 계속되고 있는 실적 부진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
LG전자의 2분기 실적은 매출 14조4,097억원, 영업이익 1,26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제자리, 영업이익은 무려 9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그 동안 현금 창출원 역할을 했던 휴대폰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트렌드인 스마트폰에 미온적으로 대응,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3분기에도 이러한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시장에선 LG전자의 글로벌 영업이익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 동안 효자 노릇을 해왔던 TV 부문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노근창 HMC 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LG전자의 3분기 글로벌 영업손실은 8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휴대폰 및 LCD TV 출하량 감소로 매출은 물론 휴대폰 부문의 올 하반기 영업이익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너ㆍ책임경영 강화 포석
이 때문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 부회장에 대한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재계에선 구 부회장의 책임 경영이 빛을 낼 것이란 기대가 적잖다. 20여 년을 전자 업계에 몸 담아왔던 구 부회장은 제조업의 기초인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시장 선도 열정이 강한 CEO다.
실제로 네덜란드 필립스에서 1999년 1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설립을 주도한 구 부회장은 경기가 불확실한 2000년 당시에도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출범 4년만인 2003년 LG디스플레이가 세계 LCD 패널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06년 5조3,000억원을 투자, 세계 최대 규모(135만평)로 준공한 경기 파주 LCD 클러스터도 구 부회장의 작품이다. 휴전선 접경 지역이 불과 10㎞ 남짓 떨어진 이 곳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 세계 LCD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안보 리스크를 해소, 국가 신인도까지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도전과 혁신을 바탕으로 취임 당시 58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을 지난해엔 1,615억원으로 늘렸다.
여기에 구본무 LG 회장과 더불어 오너 형제 경영에서 가능한 시너지 효과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이번 인사는 위기를 오너가 나서 직접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오너경영 특유의 스피드 경영과 현재 힘을 쏟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성이 더해질 경우, LG전자의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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