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6월, 평양에서 북한 의사들과 함께 수술을 집도한 재미동포 의사가 있었다. 세계적인 인공관절 수술 전문가인 오인동(71)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공관절연구원 원장. 1992년 첫 방북 후 북한과 인연을 맺어 인공관절 기술을 전수하고 관절기 제작을 도와왔다. 남북 긴장 상황에서 북에 머물던 그는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희망도 봤다. 북한 TV가 남한 대표팀 경기를 생중계해줘 북한 의사들과 함께 응원한 것이다.
은 오 원장이 20년간 4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책이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1970년 미국으로 가 하버드의대 교수 등을 지내며 인공고관절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방북 전까지는 북한에 대해 무관심했다. 호기심에 북한을 찾았다가 분단 현실에 눈뜬 그는 본격적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며 통일 운동에 뛰어들었다.
책에서 그는 북한 의사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강연 도중 화를 냈던 일, 냉장고 같은 여관방에서 코트를 입은 채 새우잠을 잤던 일, 자신의 강연을 들었던 북한 의사들과 17년 만에 재회해 함께 수술을 집도한 일 등을 소개하며 서서히 변해가는 북한 사회의 모습을 전한다.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그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세상사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신뢰로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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