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가 진리가 되는 사회가 오지는 않았지만 조지 오웰(1903~1950)의 가 불후의 걸작으로 남은 것은 언제든 우리 삶을 지배할지 모를 빅 브라더에 대한 염려 때문일 것이다. '2+2=5'라고 강요하는 독재자야 이젠 시대착오적 기우겠지만, '2+2=4'를 보지 못하게 하는 다른 형태로서의 빅 브라더 말이다.
저 정열적인 '빠'와 '까'만 봐도 자발적 숭배 혹은 정치적 진영 논리에 파묻히면 단순한 사실 앞에서도 사시가 되기 일쑤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체주의를 보며 "객관적 진실이란 개념 자체가 사라져간다는 느낌이 든다"(147쪽)고 한 오웰의 두려움은, 그래서 우리 내부에 도사린 전체주의적 열정을 겨냥한 경고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오웰의 에세이를 묶은 는 바로 그 두려움이 오웰의 공상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회주의자로서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고, 르포작가로서 부랑자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탄광촌을 누볐던 그의 치열한 삶의 여정에서 나온 인간에 대한 통찰과 특유의 유머,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1945년과 1948년에 각각 출간된 과 는 오웰의 길지 않았던 인생 후반기에 나온 걸작이지만, 그는 저널리스트이자 르포작가로서 생전에 11권의 책을 비롯해 수백 편의 에세이(칼럼과 서평 등)를 남겼다. 소설이나 르포에 비해 그의 에세이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는데 는 그 중 29편을 골랐고 이중 21편이 국내 초역된 글이다.
책에는 어린 시절을 회고한 글부터 폐결핵을 앓으며 를 쓸 당시의 글까지 두루 실려 있어 그의 인생 전체를 훑는 자전적 전기로 봐도 될 것 같다. 에릭 아서 블레어가 본명인 오웰은 이튼 칼리지 졸업 후 대영제국 경찰 간부로 식민지 버마에서 근무하다 5년 만에 경찰직을 포기했다.
'교수형'과 '코끼리를 쏘다'라는 글에서 그는 제국주의 앞잡이인 경찰로 일하며 느꼈던 "고약한 양심의 가책"과 공허하고 부질없는 제국주의의 모습을 냉정하게 때론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에 직접 뛰어드는데, 책 첫머리에 실린 글 '스파이크'는 런던 부랑자 임시숙소에서 지낸 시절의 체험담이다. "따분함이야말로 부랑자들의 최대 적"이라며 "그들에겐 무위의 끔찍스러움을 견딜 자산이 없는 것이다"라는 그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
압권은 역시 스페인 내전을 겪은 뒤 쓴 글이다. 스페인 내전 초기인 1936, 37년은 오웰의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는데, 이전까지 "확고한 결단에 도달하지 못했던" 그가 "전체주의에 맞서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297쪽)하게 된 시기다.
1936년 초 잉글랜드 북부 탄광지대를 돌며 노동자 계급의 현실에 눈을 뜬 그는 그 해 말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스페인 전장으로 달려간다. 민병대 소속으로 전선에 섰던 그는 그러나 이듬해 스탈린 지지 세력에 탄압을 받고 공산당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돼 간신히 귀국한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신문이 사실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을 보도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곧 "역사가 실제 일어난 대로가 아니라 이런저런 '당의 노선'에 따라 일어났어야 하는 대로 기록되는 것을 본 것이다."(146쪽) "싸움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대단한 전투가 있었다고 보도하는 것을 보았고 총성 한번 못 들어본 이들을 상상의 승리를 거둔 영웅으로 마구 치켜세우는 것도 보았다."(145쪽). 에서 주인공 윈스턴이 '진리부' 소속으로 역사 기록을 조작해 주민 의식을 통제하는 것도 오웰의 이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간과해서 안될 것은 그의 소비에트 비판이 우파적 맥락이 아니라 좌파적 시각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소비에트가 사회주의란 이름을 달고선 사회주의를 타락시켰다는 비판이다. 파시즘에 맞서 싸운다는 좌파 정부의 감옥에 갇힌 이들이 파시스트가 아니라 혁명운동가라는 점이 그의 좌절과 절망감의 배경이었다.
에세이 전반에는 오웰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믿음이 두루 나온다. "노동계급의 '물질주의'는 얼마나 정당한가! 정신보다는 고픈 배가 우선인 줄을 아는 그들은 얼마나 온당한가!"(159쪽). 이는 '2+2=4'라는 것을 말할 줄 아는 그의 현실 직시의 태도와 치열한 현장 의식에서 나온 것일 테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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