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 지음
인물과사상사 발행ㆍ404쪽ㆍ1만5,000원
“한성권번 소속의 조금향과 방병옥 두 기생은 21일 충남 공주군에 사는 광산업자 림창길과 한가히 자동차를 타고 경성 시중을 한 바퀴 돌아… 깊은 밤에 기생이 남자와 같이 타 가지고 할 일 없이 시내를 다니는 일은 용서 없이 처벌할 터이니.”
1920년 1월, 서울에 190여대 전국에 679대의 자동차가 다닐 무렵 한 신문에 소개된 경찰의 기생 자동차 단속 광경이다. 당시 세도가들과 부잣집 한량들이나 타고 다니던 자동차에 대한 서민들의 인상은 좋지 않았다. 기생과 한량들이 놀러 다니는 모습에 반발이 심해 한때는 ‘기생 자동차 금승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이 쓴 는 지난 100여년 한국 근대사에서 자동차가 어떤 모습으로 소개되었고 산업과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담은 자동차 이야기다.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처음 이 땅에 들어온 자동차는 초기에는 황족, 귀족, 고위관리, 부호 등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백성들에게는 ‘저절로 움직이는 쇠당나귀’ 혹은 ‘쇠 귀신’ 등으로 불리며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점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나중에는 사람들의 생활과 뗄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자동차와 관련된 온갖 기록들을 모았다. 1906년 최초의 신작로인 전주_군산 도로가 개설됐고, 우측 통행을 규정한 최초의 통행법이 실시됐다. 1915년 운전면허제도가 실시됐고 1920년에는 택시가 최초로 운행됐다. 1920년대 말까지는 자동차 보급에 비해 운전수가 적어 고등 관리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 등 풍속의 변화가 흥미롭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3명당 1명 꼴인 총 1,740만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자동차 대국이다. 책에는 이렇게 되기까지, 최초의 국산자동차 ‘시발’을 개발한 최무성 3형제, 국산 엔진을 처음 만든 ‘엔진도사’ 김영삼, 현대자동차의 정주영 등 자동차산업을 일으킨 주역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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