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나오는 무기, 장비 중에서 가장 기이한 것은 목우(木牛)ㆍ유마(流馬)다. 제갈량이 호로곡전투에서 급히 만들어 사용했다는 군량미 수송장비다. 엉덩이를 툭툭 치면 움직이고, 혓바닥을 뽑으면 꼼짝 않고… 등으로 설명해 놓았는데, 아무리 천하의 제갈량이라도 당시에 이런 자동기계가 가능했을 리 없다. 문헌을 종합하면 목우는 적은 짐을, 유마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수레로, 역시 인력이 필요한 개량형 바퀴수레 정도로 보인다. 어쨌든 전략의 천재 제걀량이 전투에서 보급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 전쟁에서 군수(軍需)의 중요성을 거론할 때 통상 드는 것이 "로마는 병참으로 이긴다"는 말이다. 사실 이는 현지인 선무공작 등 사전정지작업 전체를 포괄하는 말이지만, 완벽한 군수지원체계가 로마군의 최대 강점이었음은 사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2차 포에니전쟁에서 한니발이 로마 정복을 목전에 두고 회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결정적으로는 로마군의 카르타고 역침공이지만, 이미 그 전에 스키피오의 스페인 공략으로 한니발군의 병참선이 붕괴된 때문이었다. 클라우제비츠의 에서도 병참은 핵심적인 승패요인으로 다뤄진다.
■ 이와 관련해 북한도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엊그제 재연된 60년 전 인천상륙작전의 가장 큰 목표는 북한군의 병참선 절단이었다. 북한군 전력의 60%를 상회하는 병력이 낙동강전선에 집결했다가 이 작전으로 병참선을 완전히 잃고 순식간에 지리멸렬, 괴멸됐다. 먹지도 못하는 병사에게 사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일까? 북한이 군량미 100만 톤을 비축해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2006년 "남조선 쌀이 오면 군량미에 보충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가 실린 공식 문건이 공개된 적도 있어 영 뜬금없는 정보는 아닌 듯싶다.
■ 그렇더라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과거의 장기 섬멸전에서 전쟁양상이 완전히 바뀌어 있는 지금, 만약 한국전쟁이 재발한다면 속전속결로 전략적 목표 달성을 노리는 총력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몇 년치 군량미를 산더미처럼 쌓아둬야 할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정권안보 차원에서 군부를 배려하고 체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상징적 의도가 더 클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기아상태에 놓인 인민을 외면한 용서 못할 죄악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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