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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어 퓨 굿 맨' 안성기

입력
2010.09.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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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놀랐다. 극장에서 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이 지난달 26일 인터넷에 공개되자마자 그 날 하루에만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여일 만에 무려 17만명이 합법적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받았고, 영화는 인터넷 포탈에서만 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더 놀랄 일은 17만명 중 90%가 기존 가입자가 아닌 새로운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가 불법동영상 유출과 다운로드로 300억원의 피해를 봤던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래 전에 무너진 영화 부가시장

한국영화에 부가시장이 붕괴된 지는 오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10여 년 전까지 극장 매출과 거의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던 비디오시장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DVD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비디오 10만개는 예사로 팔던 흥행작조차 1만개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죽하면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한국에서 비디오ㆍDVD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했을까.

새로운 시장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한 탓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의 성행이었다. 굳이 돈 주고 비디오나 DVD를 빌려볼 필요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공짜로 다운받아 보면 됐다. 2년 전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영화 주 관람층인 20, 30대가 모두 1년에 한 번 이상 불법 다운로드로 영화를 본다고 고백하는 상황에서 부가시장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했다. 심한 경우 극장 매출에 80% 이상을 의존하면서 한국영화의 수익구조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공허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 기술 보호조치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영화인들의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다. 지난해 가을 부산영화제에 배우 열 두 명이"우리가 합법다운로드 운동에 앞장서자"고 모였다. 물론 그 자리에는 봉사, 특히 한국영화를 살리는 일이라면 빠지지 않는 '착한 남자' 안성기가 어김없이 있었다.

안성기가 나서니 영원한 동생 박중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둘이 공동위원장을 맡자 장동건 송강호 이병헌 김태희 박해일, 박찬욱 봉준호 이준익 등 내로라는 스타배우와 감독들도 서포터즈로 참가했다. 그들은 역대 최고 출연진으로 기록될 캠페인 광고에 기꺼이 무료 출연해 "불법다운로드, 당신의 양심과 우리 문화의 미래가 사라집니다"고 외치고 있다.

스타 파워는 역시 대단했다. 그들이 외치니 영화사들이 따라오고, 대표적 온라인 합법다운로드 서비스 사이트 6개가 합류했다. '나도 굿 다운로더'라고 서약한 사람이 벌써 30만명 가까이 된다. 영화 다운로드 시장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7월 매출이 70%정도 상승했고, 8월에는 그것의 3배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25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규모도 올해에는 3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영화계는 불법다운로드로 인한 1년 피해규모를 4,000여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제 겨우 10분의 1을 달성했다. 국회에서는 진성호 의원(한나라당)이 웹하드 등록제 법안을 상정했고, 영화진흥위원회는 공공온라인 유통망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마음을 움직이고,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는 스타들의 호소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굿 다운로더 캠페인은 나의 몫"

안성기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야말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오히려 너무 늦어 미안하다"고 했다. 단순히 의리나 인정에 약해 부탁을 거절 못하는 성격 탓만은 아니다. 에 무료 출연했듯, 나 자신을 위해서 영화계를 위한 선배로서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봉사와 도움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느낀다.

요즘 그를 만나면 반백의 머리를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도 내일이면 환갑이다. 평생 '더 굿 맨'으로 사는 비결? "별것 없다. 사랑 받은 만큼 나의 재능(연기)으로 보답하고, 늘 어려운 이웃이나 동료들과 인간적으로 시간과 마음을 같이 하면 된다."말이 쉽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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