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쌀 중 일부가 북한군 비축미로 활용되고 있고, 북한이 100만톤 이상의 군량미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대북 쌀 지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과거 김대중 ∙ 노무현 정부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지원한 쌀 250만톤 중 일부가 군의 비축미로 전용됐다고 보고 있다. 북한에 지원한 쌀 중 상당 부분은 주민들에게 공급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북한이 군량미 100만톤을 비축하고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17일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를 확인해 준 것도 이 같은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차관 형식으로 진행돼 분배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한이 상당 부분을 전용해 군부 전용 '2호 창고' 여러 곳에 보관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과거에 북한에 지원한 식량은 쌀 265만톤, 옥수수 20만톤 등 총 1조976억원어치다. 이 가운데 김영삼정부가 지원한 쌀 15만톤을 제외하면 김대중 ∙ 노무현 정부가 지원한 쌀은 총 250만톤이다. 매년 40만~50만톤이 차관이나 무상원조 형식으로 북한에 지원됐다.
이번에 주목되는 것은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앞두고 북한의 군량미 100만톤 비축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외교안보 전략 차원에서 판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인도적 차원의 소량 지원은 허용하되 수십만톤에 달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은 북한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의 대규모 군량미 비축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또 식량 지원에 따른 분배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반응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북한의 군량미 100만톤 비축과 관련 "북한이 쌀을 비축하고 있는 게 확인된 만큼 과거 정권처럼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연간 40만~50만톤 규모의 쌀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명백한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쌀 지원은 국민감정이나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북한이 100만톤 식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쌀 지원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옹졸하다"며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얼마든지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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