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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후의 문화사' '기후전쟁' 전쟁 테러 인종청소 혁명…대사건 배후는 기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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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후의 문화사' '기후전쟁' 전쟁 테러 인종청소 혁명…대사건 배후는 기후 변화

입력
2010.09.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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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베링어 지음ㆍ언병옥 등 옮김

공감인 발행ㆍ424쪽ㆍ1만7,000원

하랄트 벨처 지음ㆍ윤종석 옮김

영림카디널 발행ㆍ424쪽ㆍ1만7,000원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고 북극곰이 걱정한다는 소식은 없다. 근심은 사람 몫이다. 북극곰의 재앙이 사람의 운명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절박한 정치적 관심사다. 2007년 독일 연방정부 산하 지구환경변화학술자문위원회는 “기후정책이 곧 안보정책”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냈다. 각국 정부는 대책을 고민한다. 세계는 우주선 지구호의 난파를 염려하고 있다.

와 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적절한 대응을 주문한다. 이런 주제는 주로 자연과학자들이 다뤄왔지만, 이 두 권의 책은 문화적,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한다. 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는 반면, 은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재앙으로서 폭력과 전쟁을 분석하고 경고한다.

는 기후변화에 인간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13~19세기 역사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기후변화가 역사를 움직인 사례로 16~17세기 유럽에서 극성을 부린 마녀사냥, 1789년 프랑스혁명 등 여러 사건을 지목한다. 마녀사냥은 끔찍한 추위와 대기근 끝에 일어난 광풍이었고, 프랑스혁명은 1783년 아이슬란드 라키화산의 대폭발에 따른 한파와 흉작이 농산물 값 폭등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풀이한다. 16세기 서양에서 겨울풍경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타나고 악마와 마녀가 단골로 등장하는 악마문학이 성행한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본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재앙으로만 보지 않고 변화의 동력으로 본다. 마녀사냥의 광풍에 대한 반작용으로 계몽의 시대가 열렸고, 혼돈을 제어할 권력으로 절대왕정이 정당성을 얻었으며, 그렇게 정돈된 세계에서 비로소 과학과 이성이 도약했다고 보는 식이다. 저자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했던 도전과 응전의 개념을 빌어 기후변화라는 도전 앞에 선 인간의 응전을 강조한다. 성장주의를 버리고 지속가능한 체제로 나아가는, 경제뿐 아니라 생활방식 전반에 걸친 혁명이 그가 제시하는 궁극적 해결책이다.

가 과거의 이야기라면, 은 기후변화의 향후 사회정치적 파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파괴가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사례로 그는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내전 등 전쟁과 폭력을 제시한다.

여러 국제기구의 통계는 기후변화로 생활기반을 잃어버린 기후난민이 현재 2억 5,000만명 이상이고 2050년이면 5억~2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저자는 이들 기후난민들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원주민 정착자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인종청소, 전쟁, 테러 등 재앙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도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사막화로 인한 대기근에 아사자가 속출하는 나라들에서 권력을 쥔 집단이 선진국에서 받는 원조를 치부의 수단으로 전용하고, 이를 위해 폭력적 정치구조를 강화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고통스런 결과가 원인 제공자가 아닌 가난한 나라의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떨어지는 부당함을 지적하고, 전 지구 차원에서 정의를 묻는다. 기후변화를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 드문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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