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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1960년대 급진 학생운동 통해 美 신좌파 참여민주주의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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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1960년대 급진 학생운동 통해 美 신좌파 참여민주주의 조명

입력
2010.09.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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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어리석음, 어둠과 빛, 희망과 절망의 시대였다."

미국의 정치이론가 제임스 밀러는 의 서문 첫 문장에서 1960년대를 이렇게 회고한다. 격정과 혁명의 시대였다. 그의 말대로 "파괴에 대한 열망이 이처럼 창조적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행진과 시위가 전세계를 휩쓸었다. 청년들은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꿈꿨다. 영국과 미국에서 이 청년들은 스스로를 '신좌파'라고 불렀다. 트로츠키, 레닌, 스탈린을 추종하는 세력과 구분한 것이다.

는 1960년대 미국의 신좌파운동을 이끈 핵심 단체 중 하나인 민주사회학생연합(Students for Democratic SocietyㆍSDS)의 활동을 조명한다. SDS의 출범부터 해체까지,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한 뜨거운 청춘들과 그들이 외쳤던 이상을 당시 주요 학생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현재 뉴욕의 뉴스쿨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 제임스 밀러는 1960년대 SDS 회원이었고, SDS를 위해 무정부주의적 강령을 기초했으며, 1969년 SDS의 마지막 전국총회에도 참석한 인물이다. 냉정하게도, 그는 1960년대 급진적 학생운동은 "겉보기에는 굉장했지만 실패한 운동"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회한에 찬 회고록은 아니다.

혼란스럽지만 눈부셨던 그 시대의 놀라운 열정이 왜 비극으로 끝났는지 점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여성운동, 동성애자운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등은 신좌파의 상상력과 에너지에 뿌리를 대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코 미국 신좌파의 사망확인서가 아니다.

SDS의 정신을 대표하는 문건은 1962년 앤아버의 미시간대에 모인 학생 지도자들이 발표한 포트휴런 선언이다. 냉전, 군비경쟁,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개인의 자유와 시민권에 바탕을 둔 참여민주주의를 주창한 이 63쪽짜리 선언은 1960년대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의 신좌파는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여론에 힘입어 미국 정치제도의 정당성에 도전하는 대중운동으로 급속하게 퍼졌다. 그러나 1960년대 말 흑인들과 학생들이 점점 호전적으로 변해가면서 SDS의 활동도 자기파괴적인 폭력으로 얼룩졌고, 분열과 혼란 끝에 1969년 해체되고 만다. 그 뒤 포트휴런 선언과 신좌파운동은 미국사에서 잊혀졌다. 저자는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고자 이 책을 썼다. 미국 신좌파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소개한 책으로는 처음이다. 원서는 1987년 나왔고, 국내에는 초역됐다.

미국 신좌파의 역사는 사실상 미국 학생운동사다. 순수하게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SDS를 비롯한 1960년대 미국의 급진적 학생운동은 마르크스가 아닌 미국 사회학자 C W 밀스를 정신적 지주로 삼아 미국적 민주주의를 추구했고, 그 핵심은 참여민주주의였다.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밀스는 미국의 사회구조와 권력관계를 비판한 진보적 지성으로, 모든 개인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라는 이상과 그것을 위한 변화의 주체로서 학생의 역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SDS가 외친 참여민주주의는 개념이 분명치 않아 이를 실천할 전략과 조직 또한 미흡해서 결국 와해됐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이 책은 객관적이고 치밀하다. 저자의 뛰어난 문장력은 이 두꺼운 역사책을 잘 씌어진 소설처럼 읽히게 만든다. 진보를 향한 한 시대의 열망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고 몰락하는지, 그럼에도 꿈은 왜 끝내 꺾이지 않고 미래로 전진하며 오늘에 책임을 묻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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