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7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내달 21일부터 27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양측은 상봉 장소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24일 한 번 더 실무접촉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이 상봉 일정과 생사확인 의뢰 등 사전 준비절차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장소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려 실무접촉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쟁점은 행사 장소에 집중됐다. 북측은 오전 기조발언을 통해 상봉 장소를 ‘금강산 지구 내’로 할 것을 고집했고, 이에 남측은 “이산가족면회소에서 행사를 개최하자”며 구체적인 장소를 요구해 회의가 난항을 겪었다.
북측이 상봉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지난 4월 일방적으로 몰수 조치를 내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행사를 여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회의에서 “이산가족면회소 사용은 북측 대표단의 권한 밖 사항으로 해당 기관에서 별도 협의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면회소가 금강산관광 지구 내에 있는 만큼 이 곳을 관할하는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소관 사항이라는 점을 내세워 논란을 비껴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남측이 요구한 상봉 규모 확대 및 정례화 문제,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북측은 “상봉 규모는 전례대로 100명으로 하고, 상봉 정례화는 남북관계가 풀리고 좀 더 큰 회담에서 협의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상봉 일정은 북측이 제시한 내달 21~27일 개최에 양측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적십자 실무접촉 결과를 보도하면서 ‘상봉 일자 합의’란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하지만 24일 열릴 실무접촉에서도 행사 장소가 확정되지 않으면 상봉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북측이 우리가 요구한 주요 쟁점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점도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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