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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 '세계의 투자처'에서 '세계의 투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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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 '세계의 투자처'에서 '세계의 투자자'로

입력
2010.09.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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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기업·기술·브랜드… 다 삼키는 차이나 머니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 마르코폴로는 1275년부터 17년 동안 중국 몽고 베트남 미얀마 등을 여행하고 을 남겨 유럽에 동양을 소개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중국의 나침반 제조술을 서양에 알려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때는 서양이 중국의 기술을 가져갔으나 700여년이 흐른 지금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이 해외투자를 통해 서구 선진국의 첨단 기술, 디자인, 브랜드 등 무형자산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도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그 결과 2009년 중국은 세계 제5위의 투자국으로서 2008년에 비해 순위가 무려 7계단이나 상승하였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 중국의 해외 인수ㆍ합병(M&A) 건수는 전년보다 50% 증가한 99건이었고, 그중 10억달러를 넘는 대형 M&A는 작년 3건에서 올해 7건으로 늘었다. 중국 최대 석유업체 시노펙의 세계 최대 오일샌드업체 신크루드에 대한 투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미국 펜웨스트에너지에 대한 투자, 중국알루미늄공사(Chinalco)의 세계 3위 광산업체 리오틴토의 기니 광산 지분 인수 등 주로 자원확보를 위한 M&A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눈 여겨 볼 것은 첨단 기술, 브랜드, 유통망을 단번에 확보하기 위한 제조업 M&A이다. 중국 2대 민영자동차기업 지리자동차는 지난달 미국 포드사로부터 볼보 승용차부문을 15억달러에 인수했다. 놀라운 것은 인수조건이 제조공장뿐 아니라 상표권과 각종 디자인, 원천기술 등 볼보 브랜드가 가진 지적재산권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자동차부품기업 징시중공업은 지난해 3월 미국 델파이사를 인수하여 750개 이상의 특허와 함께 미국, 멕시코, 폴란드, 인도 등에 진출해 있는 델파이의 글로벌 기지를 단숨에 확보하였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기업을 상대로 가전, 자동차, 스포츠, 의류 등 제조업 전분야를 망라하는 M&A가 이루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작년 쑤닝전기가 일본 전기회사 라옥스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고, 금년 들어 닝보윈성이 자동차부품업체 닛코전기를, 마리온홀딩스가 스포츠업체 혼마골프를 인수했으며, 산둥루이가 의류업체 레나운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들 M&A를 포함한 중국의 대(對) 일본기업 M&A는 올해 상반기에만 22건(작년 전체로는 26건)에 달한다.

이 같은 차이나머니의 비상은 1980년대 재팬머니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2조5,000억달러의 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정부는 자국기업의 해외진출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 중국정부와 국유은행은 전폭적 금융 지원을 통해 지리자동차의 볼보 인수를 도와주었고, 베이징시정부는 징시중공업의 델파이사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이나머니의 유입이 각국 경제 회복의 견인차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라옥스, 레나온 등은 중국기업에 인수된 후 주가가 크게 올라 차이나머니 경계론을 불식시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수시장 위축으로 고전 중인 일본기업들에 차이나머니의 러브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고, 이에 일본정부도 M&A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5년에 중국석유공사(CNOOC)의 유노칼 인수를 안보상 이유로 저지했던 미국이나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기술유출 논란이 일었던 한국 등에서도 중국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강대국은 곧 '세계의 투자자'였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이 그러했고 또 지금의 미국이 그러하다. 중국 역시 지금 '세계의 투자처'에서 '세계의 투자자'로 변모하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은 세계사의 중심을 아시아로 돌려 놓는 나침반이 될지도 모른다.

배기환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아주경제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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