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 정책에서 중요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 법 개정안이 3월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 사업자의 신재생 에너지 공급을 의무화, 2022년까지 국가 총발전량의 10%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어 4월에는 저탄소 녹색 성장법 시행령이 공포됐다. 그 핵심은 온실가스와 에너지 목표관리 제도를 도입, 산업계와 건물 및 수송부문 등에서 실질적으로 에너지ㆍ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2012년부터 시행되는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는 기존의 발전 차액 지원 보조금 정책에서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율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발전사업자가 자기비용을 들여 생산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정부 또는 인증기관이 인증서를 발급하면, 사업자는 거래시장에서 인증서 판매를 통해 비용을 회수하게 된다. 공급의무자는 보유한 인증서 수량에 의해 그 해의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량 이행 여부를 검증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증서 발급과 등록, 거래 등이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장의 작동이 중요하다. 인증서는 소유권과 같은 것이므로 거래에 따른 소유권 변동을 정확히 추적ㆍ 기록하는 것은 증권 거래와 유사하다. 그 때문에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또 공급의무자는 인증서 보유수량에 따라 의무이행 비용을 보상받게 됨으로써 인증서가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발급 및 거래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보안과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이 새로운 제도는 시장 기능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시장의 안전성과 활성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증권시장에서 가끔 작전세력이 개입하여 시장가격을 왜곡시키면 시장이 교란되듯이 청정 전력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거래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전력 거래 경험이 필요하다. 자칫 무늬만 신재생 에너지일 뿐 속은 청정 에너지가 아닌 것을 가려내는 전문성과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10년 동안 세계는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경험하는 격변의 시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미 우리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통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력은 기존의 전력망에서 IT 기능이 첨가된 똑똑한 지능형 전력망으로, 동력기관은 휘발유 엔진에서 전기 엔진으로 가고 있다. 이렇듯 세계는 변하고 있다. 에너지도 예외는 아니다. 석유나 석탄과 같은 고체 에너지에서 바람이나 태양과 같은 청정 에너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거대한 변화는 유럽이 앞장서고 있고 미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도 뒤따르고 있다. 이런 역사적 변화 속에서 한국이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를 도입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제 그 틀을 이루는 법령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갑론을박을 되풀이할 때는 지났다. 새로운 제도의 성공 여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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