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제2형사부(부장 박대준)는 17일 국회 사무총장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불구속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회 경위의 현수막 철거는 적법한 직무집행이었으며, 방호원의 멱살을 잡고 흔든 것은 폭행으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무죄판결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강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국회의 질서유지권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한 결과다. 또 대화와 타협보다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주장을 관철하려는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에 경종을 울리려는 재판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심 재판부는 무죄 선고 당시 "국회 질서유지권이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절차적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국회 사무처가 현수막 철거의 근거 규정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무허가 현수막 부착을 금지한다'는 국회청사관리규정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방호원의 상의를 잡아당기고 멱살을 잡은 행위, 신문 스크랩을 보고 있던 사무총장 방에 들어가 탁자를 넘어뜨린 것에 대해서도 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건손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난 상태에서 항의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고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본 1심과는 달리 해석한 것이다. "소수 정당의 대표로서 항의한 정당한 행위"라는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식 절차를 밟아 의사를 표시할 수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강 의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해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아닌 다른 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의원직을 잃는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본회의장 안이 아니더라도 국회 질서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현수막 철거 등의 행위를 넓은 범위에서 공무집행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재판결과에 반발,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혀 대법원이 국회 사무처 직무집행의 적법성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강 의원은 지난해 1월 '미디어법 개정안'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쓰러뜨리고 원탁에 올라가 발을 구르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월 1심 재판에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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