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분명한 선긋기에 나섰다. 17일 단행된 일본 내각 개편은 예상과 달리 장관 17명 중 12명이 바뀌는 큰 폭이었다. ‘당총력 체제’를 표방한 간 새 내각 명단 속에 민주당내 최대 세력인 ‘오자와 그룹’ 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각은 당초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법무장관과 정치자금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국가전략담당장관 등을 교체하고 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비게되는 자리를 메꾸는 중ㆍ소폭이 유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새로 입각한 장관만 9명, 자리를 바꾼 장관까지 치면 12명이 새 얼굴이었다.
최근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공개적으로 오자와 전 간사장 지지를 표방한 총무장관, 농림수산장관과 오자와와 가까운 국가공안위원장은 모두 교체됐다. 새 장관 중 경선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을 지지했던 인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하토야마(鳩山) 전 총리 그룹의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재정담당장관 등 오자와 그룹과 가까운 인물선에 그쳤다.
이에 비해 민주당내 대표적인 반오자와 의원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당내 2인자의 자리를 지켰다. 역시 새 내각에 남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장관, 렌호(蓮舫) 행정쇄신담당장관,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국가전략담당장관을 비롯해 핵심 각료인 외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장관은 모두 적극적인 오자와 비판 세력이다.
주요 당직자 인사도 마찬가지다. 오자와 전 간사장과 거리를 두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장관이 새 간사장이 된 데 이어 당 3역인 국회대책위원장은 경선 후보 등록 때 간 총리 추천인으로 참가했던 하치로 요시오(鉢呂吉雄) 중의원 후생노동위원장에게 돌아갔다. 오자와 그룹의 표적이었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의원은 간사장에서 간사장 대리로 살짝 자리만 바꿔 당내 핵심으로 남았다.
간 총리쪽에서는 “오자와 지지의원 중 각료로 걸맞는 다선 의원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오자와 그룹은 격앙하는 분위기다. 오자와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를 “탈오자와 노선의 가속”이라며 “12월에는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간 총리는 개각을 앞두고 “412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태세를 만들기 위해 내각 개편을 결심했다”며 거듭 ‘당총력체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경선에서 국회의원 표 절반을 얻은 오자와 전 간사장은 간 총리가 제안한 대표대행 자리를 거부했고 이날 주요 당직자 인사를 승인하는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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