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최근 사직한 김형완 전 인권정책과장은 창설멤버로서 느닷없이 조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침묵의 강요는 이런 식이다. 인권위 내부에서 벌어지는, 숨기고 싶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사실상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법무담당관이 곧바로 움직인다고 한다. 보도와 관련된 해당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취재에 응한 적이 있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등 '취조 아닌 취조'가 시작되고 결과는 당연히 위원장에 보고가 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공식적으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김 전 과장의 경험담이자 목격담이다. 특히 김 전 과장은 "현병철 위원장에게 해가 되는 얘기는 금기사항"이라면서 조직내부가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인권수호의 선봉에 있는 이 기관 내부의 이상한 분위기는 여러 형태로 목격된다. 다른 인권위 관계자들은 "메신저로도 함부로 얘기 안 한다" "직원들끼리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밖으로 나간다"는 말로 강요된 침묵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낭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전화, 메신저도 모니터링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더욱이 이달 말 퇴임하는 최경숙 상임위원은 "인권위 구성원들이 (중요사안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인권위가 속병이 단단히 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권위는 법에 의해 국민의 기본 인권보호와 인권수준 향상의 역할을 부여 받은 곳이다. 그런 인권위에서 인권의 기본 중에 기본인 표현의 자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다른 기관의 인권 침해를 지적하며 '감놔라 배놔라' 하는 인권위가 이런 모습이라면 자기부정도 이런 자기부정이 없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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