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수사에서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유명 건축디자이너 이창하(54)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와 대우조선해양 측이 여전히 사업상 직ㆍ간접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관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그 배경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해 7월 초 이씨 체포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 당초 검찰은 이씨가 비자금 조성의 주체라는 첩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이와 관련된 명확한 물증은 발견되지 않은 채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이씨가 자신의 회사였던 P사 등에서 69억여원을 빼돌린 사실까진 밝혀냈으나, 대부분 이 회사들이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인수되기 전의 일이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조성된 비자금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말이다. 2006년 대우조선해양 건설 전무로 취임한 이씨는 검찰 수사가 개시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사임, 대우조선해양과의 공식적인 관계는 끊어졌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결과, 지난해 1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씨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오만에서 진행하는 두큼(Duqm)시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오만으로 출국한 이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도시 개발 설계를 담당했던 내가 끝까지 사업을 마무리짓기를 오만 정부도, 대우조선해양도 바라고 있어서 맡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수사로 드러난 이씨의 혐의 중에는 2008년 5월 '오만 두큼 관광단지 개발 자문계약'과 관련해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P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씨를 계속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 설립ㆍ운영과정도 석연치 않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2007년 4월, 이씨와의 공동출자로 '이창하홈'(현재 D사로 개명)을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애초 51%였던 이씨의 지분율은 이듬해 유상증자를 거쳐 67.55%로 높아졌고, 반대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분율은 49%에서 32.45%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씨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한 사업전략이었다"고 밝혔지만, 자회사의 지분을 몰아준 파격적 특혜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D사는 2008년 12월 이씨 소유였던 P사를 6억3,900여만원에 인수한 뒤, 사명을 A사로 바꾸고는 1년 만에 불과 1억원에 이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 3명에게 매각했다. 그리고는 올해 3월 초 D사는 A사와 같은 업종의 B사를 신규 설립했다. 현재 A, B사의 대표는 모두 이씨와 P사에서 함께 일했던 김모씨다. 주소지도 같은 빌딩에 층만 달랐다. 그런데 확인 결과, 두 회사 모두 별도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전화번호는 동일한 곳으로 연결됐다. 이씨의 횡령자금을 관리했던 정모씨도 A사 이사로 재직 중이다. 결국 이씨는 여전히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D사의 최대주주인 데다, D사의 자회사도 이씨의 주변인사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오만 정부가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원래 설계자인 이씨의 설명을 요청해 수용한 것일 뿐, 현재 회사에 이씨의 공식 직함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A, B사 관계자들은 두 회사가 사실상 같은 회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할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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