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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공정거래부터] (5.끝) 공정거래 현장 찾는 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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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공정거래부터] (5.끝) 공정거래 현장 찾는 총수들

입력
2010.09.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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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문이 불여일견" 회장님이 뛰니 상생이 되더라

"공장부지를 사려고 엔화를 좀 빌렸는데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요? 그럼 엔화 차입금 증가분에 대해 무이자, 무보증 융자를 지원하겠습니다." "예? 정말입니까?"

지난달 24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에 위치한 제일정밀. 이 회사 김흥곤 대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소연하듯 사정을 설명한 것뿐인데 곧바로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 김 대표를 기분 좋은 어리둥절함에 빠뜨린 인물은 바로 김승연 한화 회장이었다.

상생협력 현장에서 대기업 총수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화다.

최근 공정한 사회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기업 총수가 직접 상생 현장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승연 회장이다. 그는 2008년 일찌감치 한화가족(협력사) 상생협력회의를 직접 주재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1,000여개 중소 협력사와 상생협력 기반 조성 및 자율적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협약을 맺는 자리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당시 100억원 규모의 상생 협력펀드 조성과 결제대금 현금비율 100% 확대, 결제기간 단축 등 혁신적 상생정책을 내놓으면서 "협력업체 하나하나가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누구보다도 상생협력에 적극적인 최고 경영자(CEO)이다. 그는 특히 현장 방문에서 단연 돋보인다. 정 회장은 16일 또 다시 짐을 꾸려 전남 광양시와 순천시로 향했다. 포스코의 2차 협력업체인 성창중공업과 한국산업(주)를 방문한 데 이어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지역 중소기업인 10명과 '도시락 간담회'를 가졌다. 점심시간을 아껴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도시락 간담회는 이제 정 회장을 특징짓는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최근엔 그동안 현장과 비교적 소원했던 기업 총수들과 CEO들의 현장 행보도 늘고 있는 추세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달 초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미소금융 상품 안내장을 직접 배포했고,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지난 8월 LG전자 창원공장과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경남 창원시 삼천산업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남 부회장은 앞으로도 실적이 좋은 협력업체들을 계속 방문할 예정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이달 말 삼성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1~3차 협력업체 대표들을 만나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장을 직접 챙기지는 못하지만,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최근 상생협력과 관련된 발언을 많이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협력업체들이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잘 되는 것이 협력업체가 잘되는 길이고, 협력업체가 잘되는 게 현중이 잘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회장도 "중소기업들이 미래 기술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향후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LG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 파트너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생협력 분야에서 총수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각 기업에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 등 1차적인 관계뿐 아니라 상생협력 원칙과 방안을 결정하고 임직원들의 이행여부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게 바로 총수의 권한이다. 아무리 임직원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약속해도 총수의 지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실질적인 결과나, 약속의 무게감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는 총수들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청와대 회동 당시 김승연 회장은"전문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이런 일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협력업체들의 성과를 사장단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말했고, 이석채 KT 사장도 "(상생협력이) 왜 그 동안 잘 안됐나 궁금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새로운 일을 시도해 리스크를 만들지 않으려는 (기업) 실무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총수가 직접 상생협력의 총대를 메야 할 이유들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발언들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생협력에 임하는 총수들의 진정성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일부 총수들은 중소기업을 방문해 '내?직접 챙길테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해놓고 정작 본사에 돌아가서는 임직원들에게'원가절감 방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인다고 들었다"며"'보여주기'식 행보에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인 만큼 총수들이 상생협력 노력을 인정받고 싶다면 진정성을 갖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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